은행이 5만원권 외면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9.05.25 16:34
글자크기
5만원권 지폐가 다음달 23일부터 시중에 공급되지만 당장 고객이 5만원권을 찾을 수 있는 전국의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는 크게 제한될 전망이다. '마른 수건도 짜겠다'며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는 은행들은 일단 최소한의 ATM만을 교체한 후 5만권권의 통화유통속도와 고객활용도, 환율추이 등을 지켜보겠다는 계획이다.

◇5만원권, 일부 ATM서만 사용=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이 오는 6월23일부터 5만원권 지폐를 시중에 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일제히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은행들은 이번 새 화폐발행으로 현재 운영 중인 ATM을 신형으로 교체하거나 기존 기기를 유지하더라도 1만원ㆍ5만원권 등 화폐권종을 인식하는 '감별부'를 새로 교체해야 한다. 신사임당 초상이 들어가는 5만원권은 황색 계열로, 새 1만원권과 세로길이는 같으나 가로는 6㎜ 크다.
은행이 5만원권 외면하는 이유


정작 은행권은 5만원권 인식 및 거래가 가능한 ATM 도입에 신중한 모습이다. 우선 이번 5만원권 공급이 지난 2007년 초 1만원권 신권공급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5만원권은 고액권으로 기존 1만원권과는 기본적으로 화폐의 성격이 다르다"며 "이 때문에 모든 ATM에서 5만원권 거래가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준만큼만 기존 ATM을 교체ㆍ개선하면 된다"며 "은행들은 일단 시장 내 화폐유통속도 등 시장효과를 지켜본 후 (ATM추가교체 등)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영업망을 갖춘 국민은행은 일단 수요가 많은 점포를 중심으로 신형ATM을 배치할 계획이다. 이후 화폐유통량 및 고객이용건수 등을 면밀히 분석해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도 5만원권 거래가 가능한 ATM을 점포당 최소 1대 이상 배치, 고객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5만원권 사용 ATM의 2/3은 기존 노후기기를 교체하면서 신규 도입하고, 나머지 1/3은 감별부 교체에 나설 계획이다.

◇은행 비용부담 '걸림돌'= 은행권이 이처럼 ATM교체에 뜸을 들이는 이유는 다름 아닌 높은 비용부담 때문. 은행들은 현재 전국 영업망을 통해 약 5만여대의 ATM을 운영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5만원권 인식이 가능한 신형 ATM의 대당 가격은 2300만원선으로, 얼마 전까지 대당 3300만원을 호가하다 최근 엔화환율 하락여파로 1000만원 가량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기존 기기를 그대로 활용하면서 감별부만 교체하는 비용을 대당 약 600만원 선으로 잡고 있다. 이를 은행권 전체 ATM에 적용할 경우 은행권의 비용부담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최근 연체율 증가 등으로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은행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되는 금액이다.


특히, 은행권은 일본산 ATM수입에만 열을 올리는 국내 ATM업체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우리나라 ATM은 일본에 완전히 종속돼 있다"며 "해당업체들은 일본에서 기기를 수입해 한글화 등 일부 수정만 한 채 판매하고 있을 뿐 국산화에는 힘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엔화강세가 최근 꺾였다고 ATM가격이 단기간 내 1000만원씩 떨어지는 현상은 그동안 수입업체가 엔고를 핑계로 지나친 폭리를 취해왔다는 증거"라며 "가격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