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탈 명동·강남=지난해까지 명동에서 대부업체를 운영하던 유 모씨(35)는 지난달 송파구 가락동에 둥지를 새로 틀었다. 명동 대부업체간 경쟁이 가열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던 터에, 동료업자가 송파구 내 사채업 상권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며 영업점을 옮길 것을 권유한 때문이다.
서울시내 사채시장 거점이 5~6곳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경기침체로 개인 및 기업들의 사채수요는 증가 추세지만, 전통 상권인 명동과 강남역에선 대형사 위주로 대출문의가 쏠려 중소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된데 따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물론 자금사정이 급한 대기업들도 명동시장을 자주 찾는다"면서 "명동 내 자금융통 규모는 기존 금융권 못지 않지만 개인대출과 같은 소비자금융을 취급하는 곳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은 소비자금융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일본계 사채업체가 강남역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곳 강남역 상권도 신규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며 대출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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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에서 사채업체를 운영하는 김 모씨(42)는 "사채시장 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면서 "기존 대형사 위주로 고객이 몰리다보니 강남을 떠나는 군소업자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을 떠난 업자들은 영등포와 사당, 동대문, 수유리, 천호동 등지에 속속 자리를 잡고 있어, 이들 지역에도 개인대출을 중심으로 한 사채시장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사채시장 내 경쟁 가열로 업체 간 영업전은 점차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경쟁력이 약한 군소업체들은 대형업체에 고액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대출건을 확보한다는 전언이다.
명동 관계자는 "이들 군소업체는 대출건 확보를 위해 대출 수익의 절반을 대형사에 수수료로 지급하기도 한다"면서 "대형사로선 리스크가 큰 대출건을 넘겨줄 수 있어 손해 보지 않는 장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