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가 한토신에겐 기회입니다"

대담=채원배 건설부동산부장, 정리=이군호 기자 2009.05.2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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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이우정 한국토지신탁 사장

↑사진= 송희진 기자↑사진= 송희진 기자


부동산신탁업계 1위인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중대 기로에 서있다. 지난 1996년 한국토지공사가 전액 출자해 설립된 한국토지신탁은 13년의 공기업 우산에서 벗어나 민영화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과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로 개발신탁시장마저 침체에 빠졌다. 주력시장인 개발신탁이 과점시장이기는 하지만 시장 위축으로 수익기반이 줄어들고 있고 치열한 경쟁 속에 수익률도 급속히 악화되면서 이를 타개할 묘책을 찾아야 한다.



이처럼 중대 기로에 서있는 한국토지신탁 호(號)의 사장으로 이우정 사장이 지난 2월 말 취임했다. 그를 만나 민영화 이후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들었다.

-사실상 민영화됐습니다. 민영화가 기회입니까? 위기입니까?
▶한토신은 지난 4월 15일자로 최대주주가 아이스텀앤트러스트로 변경돼 사실상 민영화가 이뤄졌습니다.



사실 민영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민영화 여부와 상관없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경기 침체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고,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는 중요한 시기여서 민영화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임기 중 달성할 목표로 '부동산 투자금융회사 지향', '경영자원 동원능력의 극대화, '유동성 위기에 적극 대처'라는 세 가지 테마로 정했습니다.

-임직원에게 어떤 점을 강조하십니까?
▶2달여간 회사를 들여다보니 공기업의 잔재가 너무 많았습니다. 특히 업계 경쟁이 심화되다보니 혁신에 필요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다행히 신탁업계 대표기업답게 밑바탕이 탄탄하더군요.


그래서 우선 의사결정 구조를 단축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4단계이던 결제라인을 3단계로 축소했습니다. 여기에 내부경쟁을 강화하고 성과관리제를 도입해 임직원들의 변화를 유도했습니다. 모든 임직원에게 계량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달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주도록 했습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구상을 갖고 계신지요?
▶한토신의 수익구조는 개발신탁에 편중돼있어 불확실한 시장상황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계속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사업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수적입니다.

신상품 개발의 지름길은 '잘할 수 있는 일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잘할 수 있는 일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의 일환으로 '개발사업관리상품'인 PCF Master를 지난 7일 출시했습니다.

앞으로도 신탁사업부문은 기존 개발신탁과 비개발신탁사업의 고도화를 추진해 수익기반을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직접투자부문은 리츠(REITs),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부동산펀드 투자를 확대하고 실물투자와 해외부동산투자 등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경제 위기로 신탁업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대안이 있으신지요?
▶올해 들어 금융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지만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고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토신은 '기존 사업영역의 고도화', '신수종 사업모델 발굴', '전략적 네트워크 확대'라는 세 가지 사업전략을 정하고 사업전략별로 3~4가지의 세부전략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 리스크관리 전담부서를 신설해 위기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당분간은 사업 확대를 지양하고 우량사업 위주의 선별수주, 부실사업장 신속 정리, 분양촉진과 차입금 축소 등을 통해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둘 계획입니다.

-건설사 부도 등으로 신탁회사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 진가를 보여주셨는데요.
▶IMF 외환위기 당시 한신공영, 건영 등 7개 건설사 1만7052가구의 부도사업장을 위탁받아 사업을 마무리, 수분양자는 정상 입주하고 부도 건설사의 채무정리를 도와주는 등 다수의 부실사업장 정상화 사례가 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많은 건설사들이 미분양물량 때문에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분양자가 분양대금 납부를 기피하면서 정상적인 사업비 투입이 어려워지는 등 동반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신탁사업은 각 사업별로 분리돼 관리되기 때문에 동반부실의 위험이 없어지게 됨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의 아파트 사업 등의 정상화에 활용가치가 매우 큽니다. PCF Master를 출시한 것도 이 같은 시장상황을 반영한 것입니다.

-PCF Master가 지난 8일부터 서비스되고 있는데요. 시장반응은 어떻습니까?
▶PCF Master는 한토신의 핵심 사업역량인 개발사업관리역량(PM, Project Management), 건설관리업무(CM, Construction Management), 자금관리업무(FM, Financial Management) 등을 결합한 서비스상품입니다.

최근 금융위기 및 부동산시장 침체로 부실화된 개발사업장의 종합관리를 통해 정상화를 지원하는 사회적 역할과 재개발재건축시장에서 영세한 정비사업자가 난립하면서 혼탁해진 사업 구조를 투명하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직 시장반응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재 서울시와 상당수의 건설사, 재개발조합 , 금융기관 등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조만간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시기적으로 출시 타이밍이 좋고 서비스도 좋은 만큼 한토신의 빅히트 상품으로 만들겠습니다.

-최근 부동산시장이 예상외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의 부동산시장은 착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국지적으로 과열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경제 전반의 펀더멘탈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만 호황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불안한 회복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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