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연비경쟁..현대·기아차, 위기? 기회?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09.05.21 09:52
글자크기

일본차 대비 연비 경쟁력↓.."중소형·친환경 모델 개발 서둘러야"

미국 발 '글로벌 연비전쟁'이 시작됐다.

미국 정부가 오는 2016년부터 자국 내에서 팔리는 자동차의 연비 기준 및 배기가스 허용기준을 대폭 강화키로 함에 따라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업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 조치로 자동차 평균 연비 기준이 25마일(리터당 10.5km)에서 40%이상 강화된 36.5마일(15.1km)로 높아졌다. 배기가스 배출량도 현재보다 30%이상 줄여야 한다.



연비 기준은 개별 차량에 대해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제조회사별 모든 차종을 판매량으로 가중평균해 회사별로 하나의 수치를 산정, 적용한다. 예컨데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수출하려면 회사 전체 차량의 가중평균 연비가 15.1km를 넘어야 한다. 연비가 10km에 못 미치는 '에쿠스'를 미국에 수출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연비가 좋은 소형차를 많이 팔면 대미 수출에는 지장이 없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넘는 자동차회사는 토요타(16.3Km) 한 군데 뿐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2008년 브랜드별 평균 연비측정 조사결과에 따르면 일반 승용차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평균 연비는 각각 ℓ당 14.3Km와 ℓ당 14.2Km로 토요타를 제외하고 가장 높다. 이는 현대·기아차의 수출 모델 가운데 경·소형차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미국 차에 비해 연비가 좋다는 유럽브랜드들도 연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배기량이 큰 아우디 브랜드를 갖고 있는 폭스바겐이 ℓ당 12.24Km, BMW는 11.65Km이다. 미국 GM과 크라이슬러 등 '빅3'는 ℓ당 12Km대이다.

차종별로 보면 국내차의 경우 현재 미국에 수출되는 차량 가운데 2016년부터 강화되는 ℓ당 15.1Km의 연비를 충족시키는 차량은 아직 하나도 없다.

현대·기아차 가운데 연비가 가장 높은 '아반떼'나 '포르테'도 국내 판매용의 경우 겨우 ℓ당 15Km(1600cc기준)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모델은 배기량이 2000cc를 넘기 때문에 15Km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토요타는 최근 연비가 ℓ당 21.3Km에 달하는 3세대 하이브리드 '프리우스'를 출시했고 혼다의 '뉴 인사이트' 하이브리드도 미국의 기준을 뛰어넘는 ℓ당 17.4km 주행이 가능한 만큼 일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황이다.

이성재 키움증권 책임연구원은 "토요타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제외한 다른 가솔린 모델들은 강화되는 미국 규정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만큼 국내 차 업계가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면서 "그러나 연비가 우수한 소형차 중심으로 신차 개발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국내완성차 업계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중심으로 차체 경량화 등을 통해 연비 성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현대·기아차는 우선 미국 실정에 맞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쏘나타를 오는 2010년 말 미국에서 시판할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쏘나타는 저속 주행 시 내연기관의 도움 없이 모터만으로 주행이 가능해 토요타의 3세대 '프리우스'(21.3Km)와 연비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GM대우는 고연비 친환경 차량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젠트라'(수출명 시보레 아베오)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고 미국 현지에 '뉴 마티즈'조립 공장 건설을 GM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3'보다 유리한 입장이지만 현대·기아차 등 국내 업체들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은 물론이고 고연비 소형차 중심의 모델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