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렌토R' 탄생의 비밀..."사람을 테스트해?"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5.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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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월 2500억원 투입·최고 SUV를 향한 연구원들의 도전, 책자로 발간

↑ '쏘렌토R'↑ '쏘렌토R'


“경쟁차를 넘어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최고의 연비 성능을 확보하라!.”

2007년 7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고 이듬해 7월 140달러까지 치솟자 이현순 연구개발총괄본부장(부회장)은 ‘쏘렌토R’ 개발자들에게 특명을 내렸다. 이후 개발과정은 ‘연비와의 전쟁’이었다.

개발자들은 중립제어 시스템 등 최신기술을 적용하고 차체 자세제어장치(VDC)도 도입했다. 연비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기술들이었지만 추가 시험차 확보 문제와 가격상승 부담으로 영업부문 등 다른 부서를 마지막까지 설득해야 하는 순간순간이었다.



연비와 직결되는 차 중량을 줄이는 문제도 쉽지 않았다. 부품 하나하나를 일일이 비교하며 단 1g이라도 가볍게 하기 위해 설계를 고치고 또 고쳤다. 그렇게 국내 SUV 최고 연비 14.1km/l은 달성됐다.

현대기아차가 지난 19일 내부용으로 발간한 책자 ‘쏘렌토R 연구개발 스토리’에는 30개월 동안2500억원을 투입하며 흘린 연구원들의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배어났다.



핵심은 파워트레인 개발이었다. 2006년 8월말 ‘R엔진’ 1호를 제작해 돌렸지만 연비와 소음, 배기가스가 문제였다. 연구팀은 이 때부터 500여대의 엔진 시제품과 400여대의 시험차량을 써 가며 소음과 배기가스를 잡고 연비를 끌어올렸다. 마침내 200마력, 44.5kg.m토크의 ‘R엔진’은 국내 최초로 유로5 배기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완제품을 구입하라.” 2004년7월, 세계 1위 변속기 업체 아이신은 공동개발 요청을 거절했고 현대기아차 엔지니어들은 자존심을 걸고 독자 개발에 착수했다. 기술적 노하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변속기 오일의 유압 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어항에 넣는 기포발생기에서 힌트를 얻기도 했다. 선진업체들의 특허를 피하기 위해 수백 개의 도면을 일일이 비교해가며 결국 6단 자동변속기를 자체 개발해냈다.

이 밖에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도 온갖 노력이 깃들었다. 룸미러 형 자동요금징수시스템의 완벽한 성능을 위해 하이패스 시스템이 설치된 전국의 모든 톨게이트도 돌았고 빛에 강한 인조가죽 조직 배열을 찾기 위해 20가지 이상 샘플을 만들어 시험도 했다.


혹독한 테스트도 필수다. 북극권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에 불과한 스웨덴의 우드자우르 얼음 호수에서 혹한기 테스트를 거치고 한여름 돌의 표면온도가 섭씨 90도까지 올라가는 ‘죽음의 계곡’ 미국 데스밸리에서 혹서기 실험도 마쳤다.

이순규 차량시험 3팀 선임연구원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을 테스트하는 과정”이었다며 “극한의 상황에서 무박 3일 동안 하루 1000km씩 운행하며 주행실험을 했다”고 회고했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기대 역시 크다. 정 사장은 책자 인사말에서 “’쏘렌토R’의 탄생은 전 부문 연구원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이라며 “성능과 연비, 역동적 스타일 등 ‘쏘렌토R’은 고객들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차세대 SUV로 기아차가 세계초일류 메이커로 성장하는데 초석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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