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하이닉스 30% 할인 증자의 '손익'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09.05.1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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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배정 거치지 않아 주주가치 희석 비판..불가피한 선택, 실적으로 보여야

26조원의 자금이 몰린 하이닉스반도체의 유상증자가 이래저래 관심거리다.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시중의 엄청난 유동성을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일각에선 할인 폭, 증자 방식 등이 기존 주주가치를 희석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장 눈앞의 주주가치 희석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최우선 순위에 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162,500원 ▲5,400 +3.44%)의 이번 유상증자가 주주가치를 무시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은 가격 할인 폭과 유상증자 방식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이번 유상증자에 주주 배정 없이 할인 폭을 30%로 적용해 일반 공모를 했다. 일반 공모 때 할인 폭은 최대 30%까지 허락된다. 최대한 할인을 적용한 것이지만 외부 자금을 끌어 들여야 하는 일반 공모의 경우 할인율을 30%까지 적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증자에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기존 주주들의 부담이 커졌다. 경쟁률이 37대 1에 달해 기존 주주가 이번 유상증자에서 자신의 지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실제 매입자금의 37배를 증거금으로 투입해야 한다.

하이닉스의 대주주인 주식관리협의회도 이런 점 때문에 의사 결정 이틀 전까지도 주주 배정을 거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식관리협의회 소속 은행들이 추가 지원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고, 일부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도 신경을 써야 했다. 주주 배정을 하더라도 대규모 실권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식관리협의회는 무엇보다 '시간'을 고민했다. 주주 배정을 거쳐 실권주에 대한 일반 공모를 할 경우 절차를 마치는데 1개월 정도 기간이 더 걸린다.

반도체 시황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큰 산업 특성상 한 달 이후 시장 상황을 예상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증자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



주식관리협의회 내에서도 증자 참여를 원하는 곳이 있었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 자금 조달의 성공을 최우선에 두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전언이다. 시장 상황이 급변해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 실질적으로 주주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과만 놓고 보면 수많은 해석이 나올 수 있다"며 "당시 상황을 놓고 보면 채권단이나 하이닉스, 주주 모두에게 잘 한 판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결국 경영실적으로 주주들에게 화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주주들의 불만이 모두 해소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장기 투자를 하고 있는 해외 투자자들의 경우 할인 발행을 해서라도 자금을 제때에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많았다"며 "충분한 자금 조달에 성공한 만큼 기업 가치를 올려 주주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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