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8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지금이 구조조정과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며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앞서 김종창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4일 엄격한 잣대를 통해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한 뒤 부실징후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증시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위기 이후에는 통상 금융권에 대한 구조조정 이후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에는 경기가 조기에 회복되는 조짐을 보인데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현격히 감소하면서 대충 지나가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정부는 이같은 기대에 쐬기를 박은 셈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은 예정된 수순이다"며 "이는 한국만 특별한 재료는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트렌드"라고 밝혔다. 미국도 금융기관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와 이에 따른 자본 확충 및 자산매각이 예정돼 있고 GM 등 자동차 업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또 중국도 지난 4월 신규 대출이 급감하는 등 구조조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이슈의 부각은 단기적으로 증시에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강현철 팀장은 "외국인들은 최근 신용위험이 급격히 떨어진 일부 기업들에 투자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구조조정 때문에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이달 말 대상 기업들이 확정될 때까지는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김학균 연구원은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는 구조조정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구조조정 이슈 대두는 글로벌 유동성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막대한 규모로 진행되는 전 세계 기업들의 자본 확충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키움증권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단기적인 조정이 나타날 수 있지만 이를 매수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 이후 은행권 대출이 재개되면서 시중유동성이 확산되고,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종목별로는 계열사 혹은 자산매각에 따른 현금유입으로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기업들에 주목할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키움증권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