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하지 않고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현장을 찾을 때마다 영향력 유지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에게 봉변을 당했다.
S&T그룹은 15일 부산 소재 S&T기전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소속 타사 노조원들로부터 최 회장과 제만호 S&T기전 대표이사 등 임직원 6명이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사고로 최 회장 등 임직원들은 각각 머리와 목, 허리, 인대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으며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한진중공업, 이원정공 등에서 나온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소속 타사 노조원들은 지난 13일부터 부산 S&T기전 사업장 앞마당을 점거하고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폭행 사건 당시 현장에는 100여명의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소속 노조원이 있었다.
S&T그룹 관계자는 "이들 타사 노조원들은 S&T기전의 올해 임금협상과는 무관한 정치투쟁을 전개했고, 이에 S&T기전이 천막농성 중단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폭력 사건으로 비화됐다"며 "이번 폭행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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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폭행 사건과 관련,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측은 최 회장 등 S&T기전 경영진과 관리직 40여명이 먼저 6명만 있던 노조의 천막을 부수고 폭력을 행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차해도 부산양산지부장 등 7명도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장에 모인 100여명의 타사 노조원은 물리적 충돌의 소식을 듣고 사후에 인근에서 달려온 사람들이라는 주장이다.
S&T기전은 이번 금속노조 소속 타사 노조원들의 폭력과 조업방해 행위 등으로 더 이상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불가하다고 판단, 16일부터 전 사업장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또 폭력을 주도한 이들에 대해서는 검찰에 형사고소했다.
최 회장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합원들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 회장은 지난 2005년 5월에도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 사내 좁은 복도에서 금속노조원 50여명에게 둘러싸인 채 집단폭행을 당했다.
당시 사고로 최 회장은 경추 추간판 탈출증(목척추 3개 부위의 디스크 파열로 중추신경이 압박받는 정도가 심각한 증상)이라는 큰 부상을 입고 서울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100일 이상 입원 치료를 받았다. 당시 사건에 대해 2008년 1심에서 금속노조원 27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S&T그룹 관계자는 "2005년 사건의 후유증으로 최 회장은 지금도 일어선 채 강연을 할 수 없고, 수시로 손저림과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도 서울 소재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 회장은 S&T대우(부산시 기장군 소재) 인수 후인 2007년 7월에도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소속 노조원들이 S&T대우의 본사 건물과 사내식당으로 난입해 무단 점거하는 과정에서도 집단폭행을 당해 허리 부상을 입고 병원 신세를 졌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측이 최 회장에 대해 이처럼 수차례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최 회장의 경영체제 아래에서 S&T 계열사 노조들에 대한 자신들이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T그룹 관계자는 "여느 그룹의 회장들과 달리 최 회장은 어떤 문제가 생기든 현장을 달려가 직접 해결하는 스타일"이라며 "이 같은 30년 간의 현장경영 철학이 생산현장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금속노조와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양지부 노조원들이 S&T그룹 최평규 회장을 둘러싸고 뒷목을 잡아 끌고 가는 모습.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양지부 노조원들이 S&T그룹 최평규 회장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모습.
▲최평규 S&T그룹 회장이 민주노총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노조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고 바닥에 쓰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