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확산 가을이 고비"

대담=채원배 전국사회부장,정리=최중혁·사진=홍봉진 기자 2009.05.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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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존 클레멘스 IVI 사무총장

"신종플루 확산 가을이 고비"


"이번 인플루엔자의 파급력은 올 가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존 클레멘스 국제백신연구소(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 IVI) 사무총장은 최근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신종인플루엔자 A'(H1N1·신종플루)의 운명을 이같이 전망했다.

클레멘스 사무총장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백신 전문가로 1999년 IVI 초대 사무총장에 선임된 이후 줄곧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IVI는 우리나라가 최초로 유치한, 국내 유일의 국제기구다.



-신종플루와 관련해서 IVI는 어떤 활동을 펼치고 계신지요.
▶저희 연구소의 백신개발 연구자들이 많은 연구를 거듭한 끝에 완전히 새로운 백신접종법인 ‘혀밑(설하) 접종법’을 작년에 개발했습니다. 이 접종법이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중요한 접근방식이 될 것입니다. 또 최근 본부 건물 내에 ‘생물안전 밀폐 3+(BSL 3+)’ 실험실을 갖춰 돼지 인플루엔자나 조류 인플루엔자와 같은 위험한 병원체에 대한 백신 개발이 가능해 졌습니다.

-슈퍼바이러스의 확산을 차단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번 바이러스가 슈퍼 바이러스 자격이 주어질 만큼 강력한 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진행 상태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바이러스에 잘 대처하려면 기본적으로 적절한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대유행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신속한 백신 개발, 항 바이러스제의 제공, 사회적 격리 등 다양한 조치들이 취해집니다. 경우에 따라 대규모 행사의 취소 등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손을 깨끗이 씻고 감염이 의심될 때에는 다른 이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번 바이러스의 정체에 대해 학계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유전자 분석 결과 어떤 부분은 돼지 인플루엔자에서 유래했고, 또 어떤 부분은 조류나 인간의 인플루엔자에서 유래한 것으로 나타나 기본적으로 ‘키메라 바이러스’ 성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용어에서도 다소 감정적인 ‘돼지’라는 말을 빼고 기술적인 용어(H1N1)로만 쓰기로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스(SARS), 조류독감(AI), 돼지독감(SI) 등에 대해 ‘동물들의 역습’이란 시각이 존재합니다. 거대 다국적 제약회사가 이윤을 위해 의도적으로 퍼뜨렸다는 음모론과 함께 바이러스의 창궐로 인류의 존립이 위협받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됩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인류사 이래 바이러스는 인간을 계속 괴롭혀 왔습니다. 1917~1918년에 발생한 스페인 독감의 경우 대유행 바이러스로 수천만명의 생명을 앗아갔기 때문에 바이러스로 인한 대규모 사망의 가능성은 늘 존재합니다. 하지만 1957년과 1968년의 바이러스는 그만한 파급력이 또 없었죠. 컨스피러시(음모론)는 너무 추론적이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해 전혀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이번 인플루엔자의 경우 진정되는 듯 하면서 확산되기도 하고 복합적인 모습인데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전염을 일으키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특히 기온과 습도가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일반적으로 기온과 습도가 높으면 전염이 잘 안됩니다. 때문에 여름이 되면 감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간의 면역성이나 바이러스 자체의 분자적 요인도 전염 정도나 속도를 좌우하는 요인입니다.


바이러스가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통제 수준 아래에서 변종을 일으켜 왔는데 매우 급속히 변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북반구의 경우 여름이 오고 있어서 감염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을이 오면 다시 전파될 우려도 있습니다. 남반구의 경우 겨울로 접어들고 있어 반대로 감염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때문에 올 가을에 전염이 확산될지를 한 번 두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달 IVI가 개발한 콜레라 백신 ‘샨콜’이 인도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았습니다. 1달러짜리 백신 개발은 정말 획기적인 성과인데요, 개발과정, 예상성과 등이 궁금합니다.
▶IVI는 저렴한 경구용 콜레라 백신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물색에 나섰는데 2001년쯤 베트남 백신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베트남 백신을 다른 국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니 국제생산 기준에 미달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이에 IVI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국제기준에 맞도록 개량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베트남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생산을 승인한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인도로 생산기지를 옮겼고 7만여명의 최종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 우리가 개발한 백신이 매우 안전하고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입증됐습니다. 앞으로 WHO의 권고를 통해 더 많은 나라에서 활용되도록 하는 게 지금의 목표입니다.

-다국적 제약사들은 개도국 빈곤층을 위한 저가 백신 개발에 소극적이라고 들었습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만들 좋은 방안이 없을런지요.
▶최근 몇 년 동안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공공부문에서 백신을 저가에 구입하는 협상이 매우 성공적이었어요.(클레멘스 총장은 세계 최대 민관 백신연합체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Alliance)의 이사를 맡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도 저가에 백신을 구매해 많은 나라에 공급하는 성과를 보여 왔습니다. 남미에서는 WHO 조직인 파호(PAHO)가 백신을 저가로 대량 구입하는 등 공공부문에서 조직화된 노력을 통해 가격인하가 상당히 많이 이뤄졌습니다.

-IVI는 한국이 최초로 유치한 국제기구입니다. 국제기구 설립지로서 한국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환경이 매우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유치 이후에도 많은 후원을 하고 있어서 다른 국제기구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봅니다. 또 한국은 언어를 포함해서 매우 빨리 국제화되고 있고, 인력의 숙련도나 자질이 뛰어나 국제기구 유치에 좋은 환경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체류하신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서울살이’가 어떠신지요.
▶매일 매일이 흥미롭습니다. 변화가 빠르고 역동적이어서 말 그대로 ‘다이나믹 코리아’를 실감합니다. 그리고 서울에는 없는 것 없이 모두 다 있습니다. 콜롬비아 출신의 부부 동료는 살사 댄싱 교습소를 서울에서 금방 몇 군데를 찾아내더군요.

-북한 지원에도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계신데요, 어떤 계기라도 있는지요.
▶개도국에 치료약을 신속히 보급하는 것이 저희 단체의 사명입니다. 유치국과 인접해 있는 곳에 지원하는 것은 합리적이고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IVI 사무총장직을 2번이나 연임하셨는데 경영 철학이 궁금합니다.
▶구성원들이 최대한 생산성을 발휘하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조직 운영 방식에 있어서는 수평적인 관계를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개도국 어린이를 돕는다는 자긍심과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역할이자 사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백신연구소가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보시는지요.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IVI의 성장이 매우 빨랐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실험 연구가 실시된 지 5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승인된 백신이 나왔다는 것은 우리 직원들이 얼마나 집념과 사명감을 갖고 일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백신 연구대상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결핵 백신은 막 연구가 시작됐고, 아프리카에서 연구 지역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내년쯤에는 장티푸스 백신이 두 번째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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