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후 보장하는 DB형 퇴직연금

권병구 삼성생명 퇴직연금연구소장(상무) 2009.05.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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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노후 보장하는 DB형 퇴직연금


지난 4월말 미국 C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60minutes'는 'DC형으로 위협받는 미국 근로자들의 노후'라는 제목의 특집방송을 방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8년 한해 미국 DC시장에서 수조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면서 많은 근로자의 노후자금이 증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나라도 최근 경기침체로 임금을 삭감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근로자 노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 규모인 802조원에 달하면서 그동안 모은 저축을 소진하거나 오랜 기간 유지해온 적금마저 해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마지막 남은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생활자금으로 사용하는 경우마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같은 행위는 자신의 노후를 아예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는다. 의료기술의 발달 등으로 평균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종국에 근로자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조언하는 것은 최후의 보루인 퇴직금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편으로 퇴직연금제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도 도입 4년째를 맞는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가 은퇴하고 나면 연금을 수령하게 함으로써 노후소득을 장기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제도다. 특히 퇴직연금은 금융기관을 이용한 사외적립을 통해 기존 퇴직금제도보다 근로자의 수급권이 철저히 보호된다.



퇴직연금제도에는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2가지가 있다. DB형은 근로자 퇴직 이후 연금수령액이 사전에 확정되는 형태고, DC형은 회사가 근로자의 계좌에 내년 퇴직금 해당액을 예치하면 근로자가 자신의 책임 하에 직접 운용하는 형태다. 즉 DC형에서 미래 연금수령액은 자신의 운용실적에 따라 변동된다.

2가지 제도 중 어느 것이 자신에게 유리한지는 고용유동성, 임금체계 및 인상률, 회사현황과 재무상태 등의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DB형은 안정중시형 근로자에게 유리하며, DC형은 이직이 잦은 중소형기업 근로자들이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보다 확실하고 안정적인 퇴직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DB형이 효과적이다. DB형의 경우 대내외여건 등에 관계없이 기업이 근로자의 은퇴자산을 보증하는 반면 DC형은 앞선 미국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최근과 같은 금융시장 하락기에 은퇴하면 자신의 은퇴자산에 큰 손실을 입은 상태에서 만회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에 비해 적립금 운용기준을 다소 보수적으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퇴직연금 본연의 목적이 제도형태를 불문하고 안정적인 은퇴생활 보장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운용리스크를 100% 개인이 지는 DC형은 상대적으로 근로자 부담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안정성과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고 싶다면 6월 국회통과가 예상되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 이후 DB제도에 가입하는 상태에서 추가로 개인퇴직계좌(IRA)에 가입해 DC형과 동일하게 자신이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수 있다. 노후를 위한 최소한의 자금은 DB형으로 마련하고 여유자금을 활용해 어느 정도의 추가수익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참고로 근로자가 추가 가입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한도 내에서 소득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문제는 이미 눈앞에 닥친 사회적 이슈다. 근로자들의 절반 이상이 노후 준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근로자를 비롯한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인식전환을 통해 퇴직연금제도를 시급히 도입될 필요가 있다. 미루면 미룰수록 근로자들이 노후에 길거리로 내몰릴 확률은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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