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국은행 등 경제부처와 중앙은행 수장은 15일 나란히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 일제히 언급했다.
구조조정에 대해서 채권은행과 기업들의 자발성을 강조했던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생존의 문제로 구조조정이 미진할 경우 위기를 넘어 생존의 문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오후 들어서는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뒤를 이었다. 진 위원장은"앞으로 기업구조조정의 폭과 깊이를 확대해 근본적이고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금융시장이 안정돼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충격 흡수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며 은행들의 부실 우려 때문에 구조조정이 미진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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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발언은 모두 이전 자신들의 발언보다 한 단계 수위를 높여가는 것이다. 윤 장관은 11 ~ 12일 강연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함부로 구조조정에 개입하는 것은 위험하며 주채권은행 중심으로 하고 정부는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하면 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요 시중 은행장들도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긴 했지만 지난달 말에는 구조조정에 수반되는 대손충당금 적립기준 완화를 함께 요구하며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었다.
이밖에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외환위기 수습 과정에서 해체됐던 대우그룹을 언급하며 구조조정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기업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김 원장은 당시 기업들에게 “모두 건지려고 하다가 전부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며 아까운 기업부터 먼저 팔아야 한다"며 강도높은 자구노력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들의 주채권 은행을 많이 맡고 있는 국책은행장으로 구조조정의 실무 주역으로 꼽히는 민유성 산업은행장도 지난 13일 "지금 일부 대기업들은 마취 주사는 맞았는데 수술대까지는 안가도 되는 상황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주중에 쏟아진 당국의 구조조정 필요성 언급에 대해 “주가 상승과 경기회복론에 기대 구조조정을 피해나가려는 기업들에게 정부가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