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비자, 불황 소비 형태 달라졌다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2009.05.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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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소비자들이 불황이라 해서 무턱대고 소비를 줄이는 대신 대체 제품 구매나 구매 시기 재조정, 구매 전 정보 탐색 등의 소비 전략으로 불황에 대응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제일기획 (17,910원 ▲10 +0.06%)은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20~49세 남녀 660명을 대상으로 ‘2009 불황기 소비자 유형'을 조사한 결과 외환위기, 카드사태 등을 거치며 학습효과를 쌓은 국내 소비자들이 이번 불황에는 달라진 지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고 17일 밝혔다.



◇ 먹는 건 줄여도 통신비 못 줄여 = 불황기에는 보통 소비재의 구매가 줄고 내구재 구매를 연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 이번 조사 결과 식품, 외식, 간식, 패션 같은 소비재 지출은 줄인다는 응답이 많았고 아파트, 자동차, 가전제품 같은 내구재는 소비를 연기하거나 중단한다는 비율 역시 높았다.

특이한 것은 학습지, 학원·과외와 같은 교육 관련 지출 외에도 보험·저축과 함께 통신비에 대한 지출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의식주 못잖게 통신 서비스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착한 가격, 오래가는 제품 찾아 = 경기 불황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불황 이전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능과 성능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다면, 불황 이후에는 가격과 내구성의 영향력이 더 높아졌다고 답했다. 특히 구매하는데 '내구성'을 따진다는 응답이 크게 높아진 반면 디자인이나 브랜드 영향력은 줄었다.

◇ 인터넷으로의 구매 채널 변화 = 불황기 이전의 구매 장소와 불황 이후의 구매 의향 장소를 비교한 결과 개인 디지털기기나 가전제품에서 패션, 금융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구매 의향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인터넷에서는 제품 및 브랜드 관련 정보탐색을 주로 하고 구매는 눈으로 직접 보고 사려는 경향이 변화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을 통한 구매에 개방적인 태도를 갖게 됐을 뿐 아니라 불황으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고, 인터넷 이용 시간은 늘어난 생활의 변화 역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여가 지출은 줄여 = 조사 결과 경기 불황은 소비자들의 여가 패턴과 미디어 이용 습관에도 영향을 줬다. 조사 대상자들은 여행, 쇼핑, 공연 관람과 같은 집 밖에서의 여가활동을 대폭 줄인데 반해 인터넷이나 DVD시청, 독서를 통한 실내형 여가 시간은 늘렸다고 답했다.

제일기획은 또 소비자들의 유형이 △ 경기를 신중히 지켜보며 조금씩 조절하는 '불황주시형'(전체의 30%) △ 사회 분위기를 민감하게 받아들여 소비를 줄이고 브랜드를 대체해 구매하는 '불황동조형'(24%) △ 거의 모든 지출을 줄이는 '불황복종형'(22.5%) △ 자신에게 투자하는 소비만큼은 양보하지 않는 '불황자존형'(14.7%) △ 불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불황무시형'(8.6%) 등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박경연 제일기획 커뮤니테이션연구소 국장은 "지난 10년간 소비자들은 불황 민감성 체질로 바뀌었지만 IMF의 학습 효과 등으로 인해 실제 행동에 있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대처 방식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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