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오른 환율, 상승세 타나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5.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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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원 급등한 1267.2원 마감…역외 매수가 상승 이끌어

원/달러 환율이 사흘째 상승 마감했다. 환율이 3거래일 연속 전일종가보다 오른 채 마감한 것은 지난 3월 2일 이후 2개월 반만이다.

3월 2일은 환율이 연고점을 기록한 날이다. 결국 환율이 하락 추세로 돌아선 이후 3일 연속 상승한 것은 처음인 셈이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23.2원 오른 1267.2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에 20원 넘게 오른 것도 지난달 8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1원 오른 125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 원/달러 선물환 환율이 1253.5원에 거래를 마쳐 가격을 올린 상태서 개장할 것이 예상됐다.



장 초반 환율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오전 9시 30분경부터는 오히려 상승폭을 줄이는 모습도 보였다. 장중 한때 1250원선을 뚫고 1246.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환율이 본격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오전 10시 이후. 1260원선까지 올라선 환율은 정오 무렵부터 급격하게 상승했다. 1시간 동안에 10원 가까이 오른 환율은 이후 1270원선을 중심으로 공방을 벌였다.

1270원선을 상향 돌파하기도 했지만, 단기 고점이라고 판단한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1260원대로 마감했다.


이날 상승에 대해 시장 참가자들은 "하락재료는 힘을 받지 못했고, 상승재료는 예상보다 큰 영향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자 역외 쪽에서 달러를 사들였다"며 "숏 커버링도 동시에 나와 환율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33.57포인트(2.37%) 내린 1380.95를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가 1300대 마감한 것은 지난 6일 이후 6거래일 만이다. 이날 외국인은 651억 원을 순매도했다.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도 상승 재료로 작용했다.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 채산성 개선에 상당히 기여해왔지만 환율 안정세로 돌아서면서 채산성도 상당 폭 약화될 것"이라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네고 물량과 하이닉스 (157,100원 ▲4,300 +2.81%) 관련 재료 등 하락 재료는 힘을 받지 못하는 모양새다. 다른 외환딜러는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네고 물량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며 "다만 방향성 자체가 위쪽을 향하고 있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초 하이닉스 유상증자 청약 마감이 14일이기 때문에 원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결과는 달랐다. 현물환 시장이 아닌 스와프 시장에서 원화를 대부분 조달했기 때문이다. 1주일물 스와프 포인트는 지난 3월 9일 이후 처음으로 플러스(+)로 돌아섰다.

환율이 1200원대 초반 안착에 실패하자 환율이 상승 추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은 "외국인이 작심하고 달려드는 주식 매도세, 달러 매수세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14일 외국인은 선물에서 1200만 계약 넘게 매도했고, 역외 달러 매수세가 유난히 강했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데 이들이 주식 매도, 달러 매수를 결심했다면 이후 외환시장은 상승 추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같은 시각 엔/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0.96엔 내린 95.52엔이었고, 달러/유로는 1.3561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원/엔 환율은 100엔당 1327.19원, 원/유로 환율은 1718.45원 수준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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