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석화의 年7000억원 버는 소금산?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09.05.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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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공장에 공업용 천일염 쌓여… 연7000억원 가성소다·염소 생산

한화석유화학 (23,250원 ▼600 -2.52%) 여수공장에는 특이한 '산(山)'이 하나 있다. 보통 석유화학 공장이라고 하면 대규모 부지에 '볼탱크'나 '저장탑'과 같은 거대한 시설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 옆에 거대한 소금산이 쌓여있다.↑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 옆에 거대한 소금산이 쌓여있다.


그래서 한화석화 여수공장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공장 시설물 사이로 하얗게 우뚝 솟은 이 산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 산의 정체를 뭘까.



정답은 천일염이다. 천일염이 산처럼 쌓여있으니 '소금산'으로 불린다. 공장 직원들끼리는 거대하게 쌓여 있는 모습이 마치 눈 덮인 산과 같다고 해서 농담 삼아 '눈썰매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소금은 호주와 멕시코, 인도 등 세계 각국에서 수입돼 공장 바로 옆 부지에 연중 쌓여있다.

물론 이 소금은 일반 가정에서 식용으로 쓰는 것과는 다른 공업용 소금이다. 세척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미네랄 같은 이로운 성분 외에도 불순물을 포함하고 있어 바로 먹을 수 없다.



석유화학 공장에 왜 소금산이 있는 걸까.

한화 (29,650원 ▲250 +0.85%)석화는 여수와 울산공장에서 이 소금들을 이용, 연간 7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가성소다와 염소 등을 만들어낸다.

흔히 '양잿물'이라 불리는 가성소다는 염기성이 강해 단백질을 쉽게 분해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비누나 세제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된다. 염소는 상하수도의 살균이나 소독, 표백제 등에 널리 사용되는 되는 원료다.


소금을 이용해 가성소다와 염소를 만들기 위해선 소금을 물에 녹인 후 전기분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금물(NaCl)에 전극을 넣고 전압을 걸어주면 음극에서는 가성소다(NaOH)가 생성되고 양극에서는 염소(Cl)가 생성되는 것이다.

소금을 실내에 보관할 필요가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차피 일정 온도의 공업용수에 녹인 뒤 소금물로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에 비나 눈으로 인해 소금이 녹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녹은 소금물은 '소금산' 아래에 설치된 거대한 물통 구조물로 내려가고, 다시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기만 하면 원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크레인 한대가 한화석화 여수공장에 있는 소금산에서 가성소다와 염소의 원료가 되는 소금을 퍼서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포크레인 한대가 한화석화 여수공장에 있는 소금산에서 가성소다와 염소의 원료가 되는 소금을 퍼서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다가 필요한 만큼 공장으로 옮겨가 한화석화 여수공장에서만 이렇게 소비되는 소금이 연간 약 100만톤에 달한다. 하루에만 2500여톤, 25톤 트럭 100대에 해당하는 소금이 공장으로 들어온다.

석유화학 산업에선 이렇게 만들어진 가성소다와 염소로 대표되는 무기화학 제품군을 CA(Chlor-Alkali)라고 한다. 한화석화는 국내 CA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한화석화 외에도 소금을 이용해 가성소다와 염소를 생산하는 곳은 LG화학 (316,500원 ▼3,000 -0.94%), 삼성정밀화학 (43,550원 ▼2,100 -4.60%), OCI (70,400원 ▲1,900 +2.77%)(옛 동양제철화학), 백광산업 (8,460원 ▼100 -1.17%) 등이다.



한화석화 관계자는 19일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소금의 가치가 금화와 같았다는데 석유화학 업체에게도 이 '소금산'이 고대의 소금 못지않은 귀중한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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