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넷북에 큰코다친 MS와 인텔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09.05.15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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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넷북에 큰코다친 MS와 인텔


최근 인텔은 지난 1분기 7억1000만달러의 매출과 6억7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사상 최악의 실적이다.

전년 동기대비 매출은 26%, 영업이익은 무려 68% 곤두박질쳤다. MS도 마찬가지다. MS의 2009회계년도 3분기 실적은 136억5000만달러. 기업공개(IPO) 이후 23년만에 처음으로 분기매출이 감소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탓도 있지만, 경기불황으로 '넷북'이 잘 팔린 것이 두 회사의 실적악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인텔은 소득수준이 낮은 제3세계 소비자를 염두에 두고 노트북PC의 반값에 불과한 넷북용 프로세서를 개발해 판매했다. MS도 이에 동조해 구형 운영체제(OS)인 '윈도XP'를 헐값에 PC제조사에 넘겼다.

그러나 제3세계에서 잘 팔릴 것이라고 믿었던 넷북은 때마침 터진 금융위기에 따른 불황으로 노트북PC 수요를 급격히 대체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IT선진국에서 넷북은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렸다. 그 결과, 두 회사의 실적은 최악에 직면한 것이다.



넷북 시장은 이미 PC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세계 넷북 판매량은 450만대. 전년 동기 대비 7배 늘었다. 앞으로 이 비중도 점점 커진다고 한다. 올해 넷북 시장은 전체 PC 시장의 43%를 차지할 전망이다.

값싼 넷북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더이상 '고성능'으로 치장한 값비싼 노트북PC를 사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져, 궁극적으로 MS와 인텔의 실적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넷북의 판매량이 급속히 늘어나면 MS와 인텔의 주 수익원이었던 일반 PC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수익텃밭인 고성능 CPU와 윈도 비스타 매출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저가시장까지 삼키려했던 MS와 인텔은 저가시장을 삼키기는 커녕, 이제 자신의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쳐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내 어느 PC제조사 대표는 두 회사의 이같은 상황을 빗대어 "물속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가 물고 있는 고기덩어리를 물으려다 자기가 물고 있던 고기마저 빠뜨린 형국"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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