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골프]눈에 속다(3) -평상심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2009.05.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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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가면 육지의 골퍼들이 고생한다. 분명 내리막이다 싶은데 캐디언니는 오르막이라 하고 오르막이다 싶으면 심한 내리막이라 겁을 준다. 골프에 있어 눈에 속는 대표적인 경우다.

제주도에서의 상황은 특별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와 유사한 일들은 골프를 치는 내내 빈번하게 일어난다. 똑 같은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더라도 핀이 유난히 멀게 느껴지는 날이 있고 무척 가깝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페어웨이가 넓게 보이는 날도 있고 유난히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날도 있다. 아무런 위험요소가 없어 보이는데 가보면 아찔한 홀이 있고, 너무 아슬아슬해 보여도 막상 가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눈이 요물이다. 사람의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들 중에서 인식의 과정을 거쳐 유의미한 데이터가 되는 것은 불과 몇%밖에 없다. 동일한 경치를 보고 있어도 마음의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인식되기도 한다.



마음이 필터가 되어서 수없이 많은 정보들을 거르고 필요한 정보로 가공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화가 나있거나 불안에 떨고 있을 때 보는 경치가 다르고, 즐겁고 유쾌한 마음으로 보는 그림이 다를 수밖에 없다.

경치나 상황이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생의 샷이 나와야 넘어갈 워터해저드가 연습 좀 했다고 만만하게 보인다거나, 타이거 우즈도 돌아갈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늘은 왠~지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일이 눈에 속는 것이고 결국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위험이 위험으로 보이지 않고 너무도 안전하고 쉬운 자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눈꺼풀에 뭔가가 씌었다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객관적인 실체나 대상이 존재하고 눈은 그것을 더함도 덜함도 없이 있는 그대로 인식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눈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봐왔던 데로 보고자 하는 ‘관성’도 있고, 정지상태의 인식을 운동 상황에서도 그러하리라 믿는 ‘넘겨집기’도 있다.

눈은 마음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을 왜곡하고 합리화시킨다. 눈에 속지 말아야 한다. 눈에 속지 않으려면 눈을 의심하는 버릇, 가능한 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찾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코스 맵을 들여다보고 거리 목을 살피는 습관이 몸에 배야 한다.



눈에 속지 않으려면 드라이버나 아이언의 거리와 산포도, 숏 게임 능력, 퍼팅능력 등 자신의 주체적인 능력에 대해서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눈에 속지 않는 방법은 마음의 평정이다.

최대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야 눈에 속지 않는다. 평상심으로 대상을 인식해야 사건과 사물이 조심스레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비단 골프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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