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상황은 특별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와 유사한 일들은 골프를 치는 내내 빈번하게 일어난다. 똑 같은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하더라도 핀이 유난히 멀게 느껴지는 날이 있고 무척 가깝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눈이 요물이다. 사람의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들 중에서 인식의 과정을 거쳐 유의미한 데이터가 되는 것은 불과 몇%밖에 없다. 동일한 경치를 보고 있어도 마음의 상태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인식되기도 한다.
경치나 상황이 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고 있는 내 마음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생의 샷이 나와야 넘어갈 워터해저드가 연습 좀 했다고 만만하게 보인다거나, 타이거 우즈도 돌아갈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늘은 왠~지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모든 일이 눈에 속는 것이고 결국 마음의 상태를 반영하는 것이다. 위험이 위험으로 보이지 않고 너무도 안전하고 쉬운 자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눈꺼풀에 뭔가가 씌었다 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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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적인 실체나 대상이 존재하고 눈은 그것을 더함도 덜함도 없이 있는 그대로 인식한다는 것은 거짓이다. 실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눈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봐왔던 데로 보고자 하는 ‘관성’도 있고, 정지상태의 인식을 운동 상황에서도 그러하리라 믿는 ‘넘겨집기’도 있다.
눈은 마음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상황을 왜곡하고 합리화시킨다. 눈에 속지 말아야 한다. 눈에 속지 않으려면 눈을 의심하는 버릇, 가능한 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찾고 그것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코스 맵을 들여다보고 거리 목을 살피는 습관이 몸에 배야 한다.
눈에 속지 않으려면 드라이버나 아이언의 거리와 산포도, 숏 게임 능력, 퍼팅능력 등 자신의 주체적인 능력에 대해서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눈에 속지 않는 방법은 마음의 평정이다.
최대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야 눈에 속지 않는다. 평상심으로 대상을 인식해야 사건과 사물이 조심스레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은 비단 골프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