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송' 윤증현 환율 발언에 시장 술렁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05.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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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채산성, 외환보유액 발언 놓고 해석 분분

최근의 환율 급락세로 인해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개입 여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13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상반된 발언이 시장을 술렁거리게 했다..

윤 장관은 13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 강연에서 "환율상승이 수출기업 채산성 개선에 상당히 기여해 왔지만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서면 채산성도 상당폭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며 달러가 쌀 때 매수해서 외환보유액을 확충해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이런 윤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시장은 '당국이 개입했다, 안 했다돱로 갈려 설왕설래 하는 분위기기 지속됐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229.0원으로 연중 저점을 찍은 뒤 전일 종가보다 1.4원 상승한 124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저가와 고가의 차이는 16.8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적지 않게 나왔다. 윤 장관의 '수출 기업 채산성 악화론'은 최근의 환율 급락세를 용인하지 않고 매수 개입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장관은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말로 최근 환율이 급락하면서 달러가 쌀 때 외환보유액을 확충해야 한다는 여론과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는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없을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 "환율이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다"는 '무개입'을 시사한 전일의 발언과도 맥락이 같다.


윤 장관은 "외환보유액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비상금과 같은 개념으로 3개월치 경상수입대금(약 900억 달러)을 충당하거나 혹은 범위를 넓혀도 1년 미만 단기 외채 도래분(약 1500억 달러) 정도면 된다"고도 했다.

윤 장관은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가 넘는데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주식 채권, 주식 가격이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하니까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쟁이 계속 됐지만 외환보유액은 다다익선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외환보유액을 쌓는 만큼 원화를 풀어야 하고 그럴 경우 통화량이 늘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을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을 위한 비용도 지불해야 하므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기 부동자금이 800조원에 이르는 등 과잉 유동성의 조짐이 일부 보이는 상황에서 환율 급락의 속도조절을 위해 달러를 매수해 원화 유동성을 풀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윤 장관의 발언이 원론적인 것일 뿐 특별히 의미를 담아 시장에 전달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복수의 외환당국자들은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하기 보다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말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측 입장을 종합해보면 '채산성'보다는 '외환보유액 충분'에 방점이 실려 있는 것으로 읽힌다. 정부 관계자는 "환율의 지나친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재는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는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일부에서 개입이 있었다는 추정도 있었지만 확인은 되지 않았다"며 "개입보다는 원화강세가 지나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환율이 반등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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