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법원장, 대법관 긴급회의 '신영철 해법논의'

류철호 기자 2009.05.12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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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 논란에 대해 '사법행정권 행사의 일환'이라는 대법원 윤리위원회의 결정에 일선 판사들이 크게 반발하는 가운데 대법관 회의가 12일 열렸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이날 신영철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1명 전원이 참석한 긴급 모임을 갖고 대법관들로부터 윤리위의 결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오후 5시 30분부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모임에서 이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들은 신 대법관의 재판개입 문제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이 티타임 명목으로 대법관 전원을 소집했다"며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개입에 대한 윤리위 결정에 판사들이 반발하고 있는 최근 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관 의견을 종합해 신 대법관에게 경고 또는 주의 촉구 처분을 내릴지 징계위에 올릴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앞서 일부 소장 판사들 사이에서 사태 해결을 위한 판사회의 소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으며 법원 내부 전산망에는 윤리위 결정을 비난하고 신 대법관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전날 이성복(연수원 16기) 판사가 동료 판사들과 판사회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모임을 가진데 이어 이날부터 단독판사들에게 판사회의 소집 요구서를 돌리며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전체 판사 3분의 1 이상이 요구해야 소집되는 전체 판사회의와 달리 각급 법원 단위의 내부 판사회의는 직급별 또는 업무별로 정원의 5분의 1만 찬성하면 열 수 있다.

따라서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소속 단독판사 112명 가운데 23명(5분의 1 이상)이 서명하면 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소장 판사들은 회의 개최가 결정되면 판사들을 소집해 윤리위 결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윤리위 결정에 대한 판사들의 생각과 판단이 비슷하기 때문에 판사회의를 개최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 논의를 통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뿐 아니라 다른 법원에서도 소장 판사들을 중심으로 판사회의 소집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인천지법 김정아(연수원 31기) 판사는 이날 내부 전산망에 글을 올려 "윤리위 심의 결과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침묵은 사법부의 미래에 대한 무관심과 패배주의를 의미한다"고 동참을 촉구했다.

의정부지법 윤태식 판사도 '사법권의 독립을 생각하며'란 글을 통해 "사법권 독립을 명백히 침해한 분이 지금 사법권 독립이라는 방패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인재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이날 형사·민사 수석부장판사들을 불러 소장 판사들의 근황을 파악하는 등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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