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금리동결, 경기회복 판단은 유보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배성민 기자 2009.05.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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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째 2%… 경기하강 완만, 불확실성 여전

예고된 금리동결, 경기회복 판단은 유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금융계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5월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했다. 한은의 동결 결정에는 경제 성장세 둔화는 분명 완만해졌지만 아직 가시적인 회복세에는 미치지 못 한 만큼 당분간 상황을 더 관망하겠다는 판단 유보의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겠지만 그 의미에 대해서는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폭 축소 정도로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여전한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또 물가 불안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유동성 과잉론의 부정적 측면과는 일정한 거리를 뒀다. 한편 증시 등 일부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는 사실상 끝났다는 견해를 내놓으며 석달째 기준금리 동결의 또다른 의미를 찾기도 했다.



◇금리 동결..하강 뚜렷이 완만-불확실성 여전
한은은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한 국내외 경제 동향 설명을 통해 "국내 경기는 하강속도가 뚜렷이 완만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생산활동이 제조업을 중심으로 1월 이후 개선되고 있고 수요 측면에서도 건설기성액이 신장세를 유지하고 수출도 전년대비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향후 경기의 지표가 되는 경기동행지수(순환 변동치)도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상승하고 경기선행지수(전년 동월비 전월차)도 3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저금리 유지와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 등 유동성 과잉론의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는 일정부분 거리를 뒀다. 특히 3월 3.9%, 4월 3.6%에 달했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도 환율 하락과 경기부진으로 오름세가 빠르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에 대해서도 보합 내지 소폭 상승 정도라는 견해를 내놔 급등 확산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본격적인 성장세 재가동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제가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해 있어 경기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아직 경제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존 통화 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삼성경제연구소 전효찬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많이 완화된 상태라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개연성이 사라졌고 과잉유동성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리 동결은 이미 예상된 상황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리 하향 조정 끝났나
증권사의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금통위 뿐 아니라 적어도 올해 안으로 금리 인하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이 기준 금리 인하를 멈추고 경제상황을 지켜보는 중립기조로 전환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경기가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통화당국이 급박하게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줄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도 “아직은 가시적인 경기회복으로 판단하기는 어렵고 공급된 유동성이 주로 금융권에 머물고 있지만 신용경색 현상이 악화되지 않으면 금리 인하도 사실상 종료된 것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전에는 금리 인하를 주문하던 정부쪽에서 오히려 먼저 유동성 과잉론을 꺼내든 것도 부담스런 요인이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금 유동성 환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단기 유동성이 급증하고 있어 시중의 자금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당분간 관망 뒤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최석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은의 정책금리 동결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으며 경제지표의 실질적인 개선속도를 지켜볼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실물자산 가격의 상승 움직임에도 경기가 재차 침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하반기에 정책금리 추가인하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아파트 등 집값 상승과 증시의 급등도 유동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큰 만큼 향후 동향이 주요 관건이다.

한은 주변에서는 관망이라는 입장을 바탕으로 하향과 동결, 또는 상향 양방향성을 모두 열어둬 추가적인 경기 방향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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