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수잔보일 손수경 "나는 한국인 응원 부탁"

중앙일보 제공 2009.05.1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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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수잔보일 손수경 "나는 한국인 응원 부탁"


영국 런던에 사는 손수경(23·영어 이름 Sue Son·사진)씨는 요즘 동네 수퍼마켓 갈 때도 예쁘게 하고 간다. 공주병에 걸려서가 아니라 워낙 그를 알아보는 이가 많아서다. 영국 유명 TV프로그램인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에 출연한 뒤부터 그렇다. 휴대전화 외판원이었던 폴 포츠, 평범한 중년 여성 수전 보일을 하룻밤에 세계적 스타로 만든 바로 그 TV프로그램이다.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해 ‘제2의 바네사 메이’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그를 e-메일로 만났다.

◆극적인 예선 통과=‘브리튼즈 갓 탤런트’는 일반인들이 출연해 각종 장기를 뽐내는 프로그램이다. 평범한 이들의 재능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드라마적 요소로 시청률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손씨의 경우도 일종의 드라마였다. 오디션에선 절친한 친구인 키보드 연주자 지닌 칼릴(Janine Khalil)과 함께 무대에 올랐지만 심사위원들은 퇴짜를 놨다. 심사위원단 중 잔인한 독설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이 손씨에게 “혼자 해볼 생각 없느냐”고 물었다. 입술을 깨물며 잠깐 고민한 그는 홀로 무대에 올랐다. 결과는 대성공. 그가 바네사 메이의 ‘스톰’을 연주하기 시작한 지 10초도 안 돼 관객은 물론 심사위원들도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코웰은 ‘경이적인 연주’라며 찬사를 보냈고 다른 심사위원들도 “혼자서 연주하길 정말 잘했다”며 격려를 보냈다. 이렇게 예선을 통과한 그는 5월 말에 있을 준결선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집을 나서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요. 게다가 제 바이올린 케이스가 방송에 나온 이후에 그 상표 악기 판매고도 올랐다고 하더군요. ‘데일리 미러’와 같은 일간지는 물론 라디오·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도 많이 들어와서 얼떨떨해요.”



◆"응원 부탁해요”=가족과 함께 1993년 런던으로 이주한 손씨는 자신은 ‘한국인’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분이 저를 동포로 생각하시지만 그건 오해예요. 전 한국말도 잘해요. 어렸을 때부터 영어는 못해도 상관없지만 한국말을 못하면 창피한 거라고 배웠어요. 한국 문화며 전통에 대한 관심도 많답니다. 나중엔 한국말로 인터뷰하고 싶네요.”

여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 활을 잡은 손씨는 지금은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하지만 처음엔 클래식으로 시작했다.

“영국의 유명 클래식 학교인 왕립 음악학교(the Royal Academy of Music)·퍼셀 학교(Purcell School) 등을 다니면서 미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세미클래식이란 걸 깨달았지요. 그래서 전자음악 쪽으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혹시나 손씨가 예뻐서 심사위원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은 건 아닐까? “연주자로서 외모를 잘 봐주셨다면 고마운 일이긴 하지요. 연주 준비 시간이 이틀 정도밖에 없어서 과연 정말 나갈 수 있을지도 고민했지만 최선을 다했을 뿐이고, 전문가들이라 짧은 연주였지만 재능을 알아봐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예선에서 시간이 모자랐던 점이 아쉽다며 준결선에선 “실력을 다 보여주겠다”고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영국에서 한국인으로는 혼자 힘들게 경쟁하는 저에게 응원 부탁드릴게요”라는 애교 섞인 부탁과 함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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