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업 고용효과 '건설의 20배'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2009.05.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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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일자리 늘리기 병원산업 키우자<상>

"제조업요? 고용 창출 효과 떨어진지 오래됐어요. 서비스산업요? 단순 노동 서비스업이면 요즘 젊은이들 누가 일하려 합니까? 고급 일자리 창출이면 서비스산업 중에서도 단연 병원산업입니다."

대한병원협회 대외협력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모든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세상에서 병원만큼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산업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용 때문에라도 20~30년 전 반도체산업에 투자했듯 지금은 병원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지론이다.
 
병원산업은 사람의 손을 동력으로 하는 산업이다. 환자 상태를 로봇이 진단해 자동화된 처방을 내리는 것은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불가능하다. 앞으로 무한한 고급 일자리를 제공하며 나라를 먹여살릴 산업으로 병원산업만한 대안이 없는 이유다.
 
제조업은 대부분의 작업을 기계가 인력을 대체해 담당하고 있다. 이 결과 제조업체는 매출액이 늘어나도 고용하는 인력의 수는 크게 늘지 못한다. 제조업 중에서도 고용 유발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건설업도 병원의 일자리 창출 능력에는 비교가 안 된다.
 
국내에서도 첫 손 꼽히는 대형 건설사인 현대건설는 지난해 3638명의 인력으로 7조271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매출 1억원당 고용 유발 효과는 약 0.05명이다. 반면 국내 일류 병원으로 평가되는 삼성서울병원은 6500여명의 인력으로 지난해 7515억원의 매출액을 냈다. 매출액 1억원당 약 0.86명의 인력을 고용한 셈이다.



↑건설업과 병원의 일자리 창출효과 비교(2008년 기준)↑건설업과 병원의 일자리 창출효과 비교(2008년 기준)


병원산업이 노동생산성이 낮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모든 과정에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건설업보다도 노동집약적이니 그야말로 일자리의 '보고(寶庫)'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생산액 10억원 당 투입되는 취업자 수인 취업유발계수는 병원산업이 19.5명으로 전체 산업 평균 16.9명보다 높다. 12.1명 수준인 제조업에 비해서는 2배 가까이 높다. 부가가치 유발계수도 0.867으로 전체 산업 평균 0.741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000원짜리 상품을 만들었을 때 내수시장에 파급되는 부가가치(영업이익, 임금 등)가 867원에 달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380억여원의 매출을 올린 강서미즈메디병원은 70명의 의료진을 포함, 400여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매출액 1억원당 1명을 넘는 수준이다. 안동병원은 고용 인력이 1200명으로 경북 안동에서 어떤 기업보다도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지난해 매출이 877억원이었으니 매출 1억원당 일자리 창출 효과는 1.4명에 달한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은 5968명의 인력을 고용 중이며, 최근 서울 서초구에 63빌딩보다 큰 규모로 문을 연 서울성모병원(옛 강남성모병원)은 3127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신촌세브란스병원(5899명), 강남세브란스병원(1785명), 용인세브란스병원(144명), 광주정신건강병원(102명) 등에서 총 7930명을 고용했으며, 고려대구로병원은 기존 600여개 병상에서 신관을 증축하며 30%의 인력을 추가 고용, 현재 2000여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병원산업은 성장잠재력이 무한하다는 점에서도 주목받는다. 병원산업은 고령화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며 신성장동력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병원산업은 1994~2004년에 연평균 11.3%씩 성장했으며 2006년에는 48조원 규모로 커졌다. 과거 20년간의 추세에 비춰볼 때 내년에는 68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제조업이 상당한 수준의 후퇴를 경험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주목할만하다.
 
강성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건강보험 적용인구 확대와 소득수준 향상으로 의료서비스 산업은 지난 10년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뒀다"며 "고령화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10년이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다.
 
외국 사례를 보면 국내 병원산업의 잠재력은 더욱 명확해진다. 국내 국내총생산(GDP)에서 병원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 수준으로 15.3%에 달하는 미국의 절반 수준도 안 된다. 독일 10.9%, 일본 8%과 비교해서도 향후 성장 여지가 크다.



전체 일자리 중 병원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미국은 7.6%, 프랑스는 7.5%, 영국은 6.7% 선이지만 한국은 아직 3%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오르면 병원산업은 적어도 지금의 2배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병원산업은 일용직 위주의 건설업과 달리 고학력 우수 인재를 채용한다는 점에서도 국내 구직시장과 맞아떨어진다. 예컨대 서울성모병원이 고용한 3127명 중 74%인 2313명이 전문대졸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다.
 
김강립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병원산업은 고용없는 저성장시대에 고학력 인재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대안"이라며 "병원산업의 잠재된 부가가치를 백분 활용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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