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달러를 매수해 고환율 정책을 쓸 때 '환율을 끌어 올린다고 수출이 느냐'고 조롱당하던 외환당국이 이제는 거꾸로 환율이 급락하면서 ‘저환율로 수출이 우려되므로 달러를 사야 하지 않느냐'는 주문에 직면하게 된 것.
외국인들은 5월 들어 4거래일동안 1조3941억원을 산 데 이어 이날도 코스피시장에서 2705억원의 주식을 샀다.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사라지면서 외평채 5년물 CDS프리미엄은 지난 주말(7일) 179bp까지 떨어졌다.
이처럼 외환시장 분위기가 일변하면서 환율이 급락할 때 외환보유액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금융 시장이 호전되면 외평채 발행을 늘리거나 환율이 급락할 때 적절한 수준에서 외환을 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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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지난 8일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경제연구기관 대표들과 5개 국책연구기관장들은 지식경제부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최근의 환율 하락이 급격하다며 정부가 속도조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G20에서의 자국통화의 절하를 배제하기로 모종의 약속을 했다는 설이 있기는 하지만 외환보유액 확충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단기간의 과도한 하락에 대한 정부의 일정한 시장안정 역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이 글로벌 금융불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이 급락한다고 개입 카드를 꺼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2기 경제팀은 지난 3월 환율이 1600원에 육박할 때도 거의 개입을 하지 않는 쪽을 택했었다.
따라서 외평채 발행과 정부 지급 보증을 통한 외화조달,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면세 등 기존에 사용해 왔던 간접적인 방식으로 외환보유액을 늘려가는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윤 장관은 이날 한 세미나에서 '환율이 너무 빠르게 낮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환율은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빠르다는 의미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개입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환율 급락으로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 연 평균환율을 1200원대로 보고 사업계획을 짰기 때문에 감당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환율에는 양면성이 있다"며 "환율이 급락할 때 외환보유액을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은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