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시멘트에 석면 함유, 기준치 20배"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09.05.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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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환경硏 '석면시멘트 회수 및 석면노출대책 마련' 주장

↑ 시멘트 중 2%가 석면인 것으로 조사된 쌍곰시멘트 제품의 현미경사진 ⓒ시민환경연구소↑ 시멘트 중 2%가 석면인 것으로 조사된 쌍곰시멘트 제품의 현미경사진 ⓒ시민환경연구소


전국 131개 아파트·백화점 등 건축·리모델링 현장에 석면이 기준치보다 최대 20배 많이 들어간 타일 시멘트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ㆍ전국건설산업연맹ㆍ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11일 공동기자회견에서 밝힌 조사결과에 따르면, S시멘트사의 타일 시멘트에서 0.3%~2%의 석면이 검출됐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련규정에 따르면 시멘트 내 석면 허용 농도는 0.1%다. 즉 기준치의 3~20배에 이르는 석면이 이 시료에서 검출된 것이다.

이 연구를 수행한 시민환경연구소는 "이 타일 시멘트는 2006년에만 삼성·현대·대우·GS 등 전국 45개 주요 건설사의 131개 건축현장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8일까지 서울 목동 트라펠리스 이마트와 충남 대천 펜션공사현장 등 2곳에서 2종류의 시멘트 시료를 채취하고 이와 별도로 시중에 판매되는 12종의 시멘트를 구입해 시료를 얻었다. 시료 분석은 ISAA환경컨설팅, 서울대 보건대학원 등 2개 팀이 담당했다.

타일시멘트는 일반 건축용 시멘트에 규석과 활석 등 추가재료를 혼합해 만들며 국내 시멘트 시장의 약 10%를 차지한다. 타일시멘트에 활석을 사용하면 미장이나 삽질·칼질 등 공사현장 작업이 수월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된 쌍곰시멘트사의 타일시멘트 제품 ⓒ시민환경연구소↑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된 쌍곰시멘트사의 타일시멘트 제품 ⓒ시민환경연구소

지역별로는 서울 노원구 석계역 부근 상가공사 현장에 쓰인 시멘트에서 석면물질인 트레몰라이트가 2%, 백석면이 0.3% 농도로 각각 검출됐다. 특히 이곳은 행인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으로 석면이 공기 중에 노출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에도 트레몰라이트 농도가 1~1.5%(기준치의 10~15배)에 이르는 석면시멘트가 사용됐다. 서울 목동의 트라펠리스 이마트 공사장에 사용되는 타일시멘트에도 0.3~0.5%(기준치의 3~5배) 농도의 트레몰라이트가 검출됐다.

서울 삼성동 래미안2차 아파트에선 0.3~0.5% 농도의 트레몰라이트가 함유된 시멘트가 쓰였다. 도곡동 래미안 개나리아파트에선 1% 미만의 트레몰라이트가 섞인 시멘트가 사용됐다.

시중에 판매되는 내장전용 타일시멘트 시료 중에선 트레몰라이트 농도가 2%에 이르는 게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석면시멘트를 사용한 서울 삼성동 래미안2차아파트 ⓒ시민환경연구소↑ 석면시멘트를 사용한 서울 삼성동 래미안2차아파트 ⓒ시민환경연구소
시민환경연구소는 인천 송도 대우푸르지오, 대전 유성 장대푸르지오 현장, 경기 성남 금광동 삼성래미안, 서울 역삼 삼성물산개나리 2차아파트, 충북 충주 연수동 현대건설, 서울 하월곡동 현대홈타운 현장 등 131곳에 S사 제품이 납품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소는 "실내건축과 미장·방수·조적 업종 4125개 업체가 석면시멘트를 집중 사용하고 이 업종에 종사하는 작업자들에게 석면노출이 크게 우려된다"며 "S사 제품이 이 분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전국 수십만의 크고 작은 공사장에서 석면시멘트를 사용했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석면은 마그네슘과 규소를 포함하는 갈섬석 계열 암석 등 천연광물을 잘게 부숴 섬유로 만든 것을 이른다.

머리카락 5000분의 1 정도의 굵기로 솜처럼 부드럽고 보슬보슬한 질감이다. 길고 가늘게 갈라져 천으로 제조하는 게 가능하다. 기계적 강도가 강한 데다, 내열성, 내부식성, 내약품성, 흡음력이 뛰어나 자동차 부품이나 건축 자재로 주로 쓰인다.

석면이 호흡기를 통해 폐로 일단 들어오면 다른 이물질과 달리 절대 밖으로 배출되지 않는다. 이렇게 한번 흡입된 석면은 흉막에 물이 차는 '흉막삼출액'이나 늑막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늑막비후', 석면이 흉막을 뚫어 흉막이 판처럼 두꺼워지는 '흉막반' 등 흉막질환들을 초래한다.

한편, 석면 타일시멘트 논란을 일으킨 S사 관계자는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원재료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하는데 우리 조사에서는 석면이 불검출됐다"며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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