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세종 "시장개방 대비 규모 키운다"

더벨 문병선 기자 2009.05.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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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법무 파워엘리트]⑩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이 기사는 05월07일(13:0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로펌 시장의 변화는 외부에서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대기업 법무부서를 상대로 프리젠테이션을 나가 보면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게 변호사들의 말이다. 서울 시내 호텔에 임시 베이스캠프를 구축하고 기업 고객을 상대로 마케팅을 펼치는 해외 로펌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법무부서 리걸(Legal) 자문 리스트에는 글로벌 로펌의 이름이 올라간 지 오래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상위 로펌도 경쟁 구도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시장이 개방되면 '우리끼리' 1~2위를 다투던 시대는 의미가 없어진다. 토종 로펌이 독식하던 시대는 가고 바야흐로 법률 서비스 시장에도 글로벌 경쟁 개념이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안방에서 법률 시장마저 내주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야 오지 않겠지만 안도할 때도 분명 아니다. 국내 대표적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의 김두식 대표변호사(52)를 만나 토종 로펌들의 전략을 들어봤다.



◇개방 코 앞 다가와 "경험하지 못한 상황 올 수도"

로펌 세종 "시장개방 대비 규모 키운다"


"이제는 멀리 해외에 있는 로펌과 경쟁이 아니다. 바로 옆에 와있는 해외 로펌과 경쟁이다.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경영하는 사람은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코앞이다. 경기도 안좋은 상황에서 시장이 개방되면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 올 수 있다."

김 대표의 상황 인식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그는 국내에서 알아주는 국제통상 전문가다. 세종에서 변호사로 근무한 지 28년째. 세계무역기구(WTO) 등 정부간 통상 거래에서 법률 자문으로 참여하고 통상 전문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무역구제포럼 초대 회장을 맡고 있다. 통상 전문가이자 로펌 경영자의 진지함이 엿보였다.


시장이 개방된다고 해도 국내 시장에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는 토종 로펌에게 당장 큰 타격이 있는 것은 아니다. 법률 서비스의 성격상 해외 로펌과 국내 로펌간 영역도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문제는 새로운 수익원 대부분이 글로벌 거래, 국제 소송, 크로스보더(국경간) M&A 부문 등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모두 글로벌 로펌과 영역이 겹치는 분야다.



김 대표는 "지금도 (현장에서는) 해외 로펌과 경쟁을 하고 있다. M&A와 금융 등 트랜젝션이 있는 곳에서, 특히 국제적 거래에서 로컬 로펌에 하청을 주는 경우나 해외 네트워크가 필요한 경우는 사실상 경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로펌의 방향 '대형화 그리고 전문화'

그렇다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할까. 김 대표가 강조하는 대비책은 대형화와 전문화다.



"우선 해외 로펌이 쉽게 접근 못하는 한국법 자문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고 있다. 그동안 투자가 미진했던 조세, 통상 등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형화로 연결된다. 대외 개방에 맞서 외국 로펌과 경쟁하기 위해서 결국 필요한 분야 투자를 하다보니 대형화가 된다.

하지만 사람을 모으기만 해서는 안된다. 머릿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무엇을 잘하는지 기업들이 다 알고 있다. 전문성 길러 스타를 키워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약점을 강화하다보니 대형화, 인력을 키우다보니 전문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 두가지가 결국 나아갈 방향이다."

◇세종의 사이즈, 지금으론 부족



법무법인 세종의 변호사 수는 외국변호사 포함 약 200명이다. 국내서는 대형 로펌으로 불리지만 글로벌 로펌의 규모에 비하면 10%에도 못미친다. 사이즈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기업 고객은 사이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토탈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 여부를 가리는 1차 기준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종 역시 꾸준히 대형화를 추진했고 지금에 왔다. 2001년 열린합동법률사무소와 합병을 하며 로펌계 인수합병의 신호탄을 쐈다. 무산되기는 했으나 지난해는 법무법인 율촌과 합병 논의가 진행됐다. 율촌과는 최근 합병설이 다시 등장하기는 했으나 실상 논의 자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시너지가 나올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오픈하고 있다"며 "적정 변호사 수는 300여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로펌계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다. 연수원을 상대로한 교육 프로그램은 호평을 받는다. 김 대표는 "세종의 강점은 첫째, 단단한 파트너십이고 둘째, 금융·M&A·부동산·공정거래 분야의 자문 능력이 탄탄하다는 점이며 셋째, 내부 세미나 등 인재양성 교육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법률 서비스 산업은 외환 위기 이후 대략 10배 이상 커졌다. 지금은 제2의 도약과 정체를 가늠할 중요한 시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더불어 법률시장 개방 조항이 담겨진 한-EU FTA가 9월 성사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변화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전략과 발걸음에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김 대표는 "대외 여건이 어렵고 개방이 닥쳐오는 상황이다. 예전 법률 시장이 호황이던시절에 안주하는 버릇이 있을 수 있다. 그때는 앉아 있어도 일이 밀려들었다. 지금은 고객을 위해 변호사가 서비스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력을 키워 공부를 한다면 이번 위기는 큰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주요이력>

-1957년생
-1976 서울고등학교 졸업
-1980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법학사) 졸업
-1980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1982 사법연수원 제12기 수료
-1982~(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1986~1987 미국 University of Chicago Law School (법학석사- LL.M)
-1987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 취득
-1987~1988 미국 Wilson, Sonsini, Goodrich & Rosati 법률사무소 변호사
-1988 벨기에 브뤼셀 소재 Coudert Brothers 법률사무소 변호사
-1991~1997 통상산업부(산업자원부) 법률고문
-1995~현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자문위원
-1998~2004 관세청 관세심사위원회 위원
-1999~2000 동국대학교 국제정보대학원 겸임교수
-2002~2003 미국 Columbia Law School, Visiting Scholar
-2008~(현) 한국무역구제포럼 회장
-2009~(현) 사단법인 대한중재인협회 부회장 (임기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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