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이종휘 행장의 '칵테일 경영'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09.05.11 09:54
글자크기
파티장의 소음은 상당합니다.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죠. 그런데도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신기하게 잘 들립니다. 뇌가 청각을 통해 자신에게 의미 있는 정보를 선택해 받아들이는 탓입니다. 과학자들은 이처럼 시끄러운 공연장, 나이트클럽, 공사장 등에서 대화가 가능한 것을 '칵테일 파티효과'라고 해석합니다.

지난 8일 우리은행 본점 직원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겸한 작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는 지방 격지점포에 근무하는 25명을 위한 것으로, "경제위기 탓에 직원들의 어려움이 크니 본점으로 초청해 이들을 격려하고 싶다"는 이종휘 우리은행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저녁식사 자리에선 이런저런 이벤트가 열렸는데, 가장 눈길을 끈 건 이 행장이 직원 한명 한명에게 직접 만들어 돌린 칵테일이었습니다.

칵테일 이름은 '매드 포 우리'(Mad for Woori)라고 합니다. '우리은행에 미친 사람들' 정도로 해석됩니다. 이 행장이 올 2월 신임 지점장 연수 때 처음 선보인 것인데, 키라소블루라는 술을 베이스로 설탕시럽과 소주, 토닉워터 등을 섞어 달콤하면서도 뒷맛이 참 좋다고 합니다. 작명도 이 행장이 직접 했다고 합니다



어쨌든 오랜만에 답답한 영업점 창구를 떠나 청계천, 남산 등 서울시내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행장이 나눠주는 칵테일까지 맛본 건 드문 경험이었을 겁니다. 한 직원은 "입행 11년 만에 본점을 처음 방문했는데, 행장님을 직접 뵈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며 "저녁자리에서 맛본 칵테일도 한번에 마시기에는 너무 아까웠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은행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진 게 사실이지요. 경제위기에 영업환경이 악화됐고, 기업체보다 지나치게 많은 급여를 받는다고 타박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지방점포의 경우 근로환경이 좋지 않아 고생하는 이가 많다고 합니다. 이 행장이 돌린 칵테일에는 "직원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지만 해결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고맙다"는 위로의 뜻이 담겨있지 않았을까 짐작합니다.

행사가 끝날 무렵 이 행장은 직원들에게 2권의 책을 선물했습니다. 한권은 자기계발과 관련된 '시크릿'이었고, 다른 한권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었습니다. 유리창은 구석에 살짝 금이 가도 전체가 깨져 버립니다. 직원들에게 이날 행사는 경제위기라는 소음 속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칵테일효과'로 연결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