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풀린 CP 외면 中企 자금줄 '비상'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5.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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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풍향계]자본시장법 투자자 보호 안돼 난색

명동 사채시장에서 기업어음(CP)이 면박을 당하고 있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CP 발행과 거래에 관한 규제가 대폭 완화돼 리스크 부담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중기, 자금조달 비상=자동차부품 제조업체 A사는 최근 은행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해 곤욕을 치렀다. 명동의 단골업자가 A사가 발행한 CP 매입에 난색을 표하면서 상환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탓이다. 그간 은행 대출금을 급히 상환해야 할 때 CP를 발행해 명동에서 자금을 빌려온 터라 업자의 이같은 태도 돌변에 당혹스러워했다.



명동 사채업자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CP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CP가 편법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명동 자금시장에서 CP 유통을 꺼려 할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시장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법안으로 상당수 중소기업이 A사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CP 발행요건과 발행단위, 만기, 최저신용등급 등에 관한 규제가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이 CP 매입을 꺼리게 됐고, 이는 중소기업들의 자금줄을 옥죄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장관계자는 "CP는 어음법상 약속어음인 동시에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라는 이중적 법적 지위를 갖고 있다"며 "발행과 매매 등 거래는 자유로운 반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공시의무는 어음법에 따라 면제받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전자어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 개정안'으로 중소기업들이 어음할인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오는 11월부터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들은 약속어음을 반드시 전자어음 형태로 발행해야 하는데 명동에선 전자어음을 취급할 수 없는 탓이다.

한 중소건설업체 자금담당 임원은 "진성어음은 전자어음 형태로 유통을 제한하고 융통어음과 다를 바 없는 CP는 투자자 보호가 안돼 시장에서 거래를 꺼리고 있다"며 "시장 현실을 모르는 법안으로 기업들만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통장 삽니다' 광고 주의=사채업자들에게 개인통장을 판매했다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통상 인터넷이나 생활정보지에 광고를 내보내 개인통장을 매입한 뒤 이를 범죄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불법적인 고금리 대출을 실시하더라도 타인 명의의 '대포통장' 원리금을 상환용으로 활용하면 단속을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명동 관계자는 "개인통장을 판매했다간 공범으로 몰리거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이하의 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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