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골프]눈(眼)에 속다(2)

김헌 호남대 골프학과 겸임교수 2009.05.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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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공에 컬러를 달리해서 쳐보라고 하면 어떨까? 흰 공을 칠 때와 검은 공을 칠 때 혹은 메탈 코팅을 해서 뺀질뺀질 광택까지 낸 공을 친다면 어떨까?

샷이 전혀 달라질 것이다. 눈에 속는 것이다.



어렸을 적에 진돗개를 키우는데 동네 누나가 개를 싫어해서 어린 진돗개를 볼 때마다 구박을 하고 심지어는 던지기까지 했다. 세월이 흘러 진돗개는 훌쩍 성장을 했고 오랜만에 누님이 집으로 놀러 왔다.

진돗개는 지금의 덩치라면 싸워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도 슬금슬금 꼬리를 감추고 자리를 피한다.



우리는 의식과 운동은 정지 상태에서의 물성에 지배를 받는다. 정지 상태에서의 공이라는 놈은 짱돌이다. 딱딱하고 묵직해서 맞으면 아플 것 같은 돌과 동일한 물체로 인식되는 것이다. 공을 대하면 잔뜩 겁이 나고 그러니 자연 몸에 힘이 들어간다.

그런데 운동 상황으로 접어들면 입장이 전혀 달라진다. 내가 휘두르는 물체는 수백 킬로그램의 파괴력을 가진 가공할만한 무기가 된다. 내가 공을 무서워할 것이 아니라 공이 나를 무서워해야 하고, 잔디에 클럽이 박힐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잔디가 클럽을 무서워해야 한다.

운동적인 경험 이전의 인식, 정지 상태의 물성에 속는 것이고 결국 눈에 속는 것이다. 눈을 감고 휘두르고 있는 중에 누군가가 클럽이 지나가는 자리에 공을 놔주면, 공이 기막히게 맞아 날아간다. '이렇게 가볍게 휘두르는데 저렇게 멀리?!'


서로 놀란다. 결국 힘을 많이 줘서 거리가 나지 않고 억지스럽게 힘을 들려 공을 치려고 하니 결국 일관성도 방향성도 현저히 떨어졌다는 것을 경험하고 공을 치는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골프에서의 거리는 헤드의 속도에 비례한다. 그러니 거리는 소리다. 클럽을 들고 휘둘렀을 때 클럽의 헤드가 내는 소리의 크기가 결국 날아가는 거리라는 것이다. 클럽을 들고 빈 스윙을 해보면 클럽의 속도를 느낄 수 있다.



속도에 변화를 주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국 속도가 무게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온 몸으로 깨달을 수 있다. 그러니 다시 얘기하면 공은 힘으로 치는 것이 아니라 클럽의 무게로 치는 것이라 얘기가 된다.

다시 눈을 감고 어느 지점에서 클럽의 헤드가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가를 경험해 보자. 그리고 가장 무겁게 느껴지는 지점과 공을 만나게 하면 그것이 바로 기막힌 임팩트가 된다.

클럽 헤드의 속도가 증가할수록 헤드의 무게감은 본인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진다. 그러니 자연 팔로우 쪽에서 두 팔이 펴지고 클럽이 휘청! 하면서 자연스런 피니시가 될 수밖에 없다. 팔로우에서 두 팔은 억지로 펴는 것이 아니라 펴지는 것이다.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헤드 스피드는 그립의 결합강도, 관절들의 상태, 왼쪽 측면 근육들의 버팀 능력, 그 각각의 요소들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요소에 지배를 받는다. 최소량의 법칙이라고나 할까?

공은 콩이다. 내가 가진 엄청난 무게의 물체에 비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눈에 속지 않고 공을 잘 치려면 공을 치기 전에 내가 들고 있는 물건이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무기라는 사실을 몸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어떻게? 빈 스윙이 답이다. 빈 스윙만이 그것을 경험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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