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은행, 손보>생보"…깨지는 고정관념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오수현 기자 2009.05.07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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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순익 1순위 카드·증권..삼성화재, 생명보다 순익 앞서

경제위기 여파로 금융계의 고정관념이 허물어지고 있다. 금융계의 맏형 격인 은행이 다른 금융사보다 돈을 잘 번다는 것과 손해보험사는 생명보험사보다 실적 면에서 뒤진다는 것이 통념인데 하나둘씩 부정되고 있다. 또 은행계 금융지주사 내에서도 은행의 손실(또는 순익 감소)을 증권사나 카드사가 메우는 일도 생겼다.

지난 4일 발표된 신한지주 (51,100원 ▲1,600 +3.23%)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신한은행의 당기순익이 737억원에 그친 반면 신한카드는 1426억원으로 순익이 2배에 달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신한카드의 순익이 3175억원으로 신한은행(3818억원)에 633억원 뒤졌다. 당시 신한카드 순익에는 미국 비자카드 상장에 따른 특별이익 998억원이 반영됐다.



하나금융은 올 1분기 32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하나은행이 3045억원 당기순손실을 보인 게 큰 부담이 됐다. 반면 하나대투증권은 542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다.

카드의 선전은 삼성카드와 기업은행 비교에서도 확인된다. 삼성카드 (39,300원 ▲900 +2.34%)는 1분기에 1763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반면 기업은행 (14,050원 ▲50 +0.36%)은 479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기업은행의 순익 축소에는 대손충당금 5503억원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삼성카드는 시가총액에서도 4조7100억원대로 4조5400억원대인 기업은행을 앞선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기업은행은 주가가 7000원대 후반에서 9000원대 초반까지 꾸준히 오른 반면 삼성카드는 3만6000원대에서 3만8000원대까지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크지 않았는데도 시총면에서 앞서고 있다.

손보와 생보의 수위업체인 삼성화재 (368,500원 0.00%)와 삼성생명에서도 상식을 파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삼성화재는 2008년 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에 사상 최대인 59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하나은행(4744억원)이나 우리은행(2340억원)의 지난해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규모다. 삼성화재는 시총에서 외환은행 하나금융 기업은행 등을 앞선다.


또 삼성화재는 보험업계의 맏형격인 삼성생명의 실적을 앞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화재가 삼성생명보다 좋은 실적을 낸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처음이다.

삼성생명 대표이사는 대개 그룹내 금융계열사나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의 재무라인에서 경력을 쌓은 인사가 임명되는 것이 일반적이고 삼성화재 주요 임원들은 삼성생명에서 옮겨간 이들이 많을 정도로 삼성생명의 그룹내 위상은 독보적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무수익여신(NPL) 비율(지난해말 기준)이 0.3%, 연체율 0.4%에 그치는 등 삼성화재의 위기관리능력 덕분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삼성생명은 주식과 해외자산에 많이 투자해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을 받았고 이에 따라 충당금 적립도 늘린 영향도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집값 하락, 기업 수익악화 등에 따른 대출 부실화 등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금융위기의 전개 과정에 따라 상식 파괴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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