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백가쟁명 속의 경기양극화

최희갑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2009.05.0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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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백가쟁명 속의 경기양극화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경기 양태에 작지 않은 변화가 생겨나고 있어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장이 심각하게 전개돼왔던 만큼 이러한 경기 변화에 대한 판단도 착시라는 의견부터 세계경제의 카나리아라는 평가까지 다양하게 나눠지고 있다. 한국의 경기상황을 두고 국내외 논평가들이 가히 백가쟁명의 상황을 낳고 있는 것이다.

답답한 현실인 만큼 결론부터 미리 말해보자. 경기회복을 알리는 긍정적 지표가 광범위하게 그것도 꾸준히 누적돼가고 있어 경기회복을 부정하기 어렵다. 판단을 과학적으로(?) 표현하다보니 뜻 모를 말이 됐다. 쉽게 정리하면 경기가 완연히 회복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경기판단을 가장 난감하게 하고 있는 실업통계를 살펴보자. 가장 최근의 통계인 3월 중 계절조정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고용율과 실업률은 각각 감소세와 증가세를 지속했다. 더욱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아예 구직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것으로 체감 실업률은 실제 지표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고용상황은 현재의 경기상황이나 향후 경기전망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경기가 충분히 회복돼야 고용상황이 풀리기 때문에, 고용지표가 경기회복을 사후에 확인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경기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안된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경기회복 여부와는 별도로 앞으로 상당기간 실질적인 실업 대책을 꾸준히 펼쳐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용상황과 같은 후행지표를 벗어나면 경기회복의 긍정적 신호가 곳곳에서 관찰되고 꾸준히 재확인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래의 경기전망을 하는데 있어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경기선행지수이다. 우리나라의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지난 1월 12개월간의 하락세를 마감하고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지난 2월과 3월 모두 강한 반등세를 보이며 경기반등의 확실한 증거로 자리메김하고 있다.

동행지수 순환지표 역시 3월 들어 강한 상승세로 돌아서며 선행지수의 움직임에 대해 추가적인 증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물론 고용지표가 대표하는 경기후행지수는 그간 하락세를 지속해 우리가 경기침체를 겪어왔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여기까지는 3월의 양상이다. 4월의 경기상황은 어떻게 됐을까? 이를 위해선 4월중에 실시된 기업경기조사와 소비자동향조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들 지표들에는 부분적으로 기업과 소비자의 장래경기전망 조사결과가 담겨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크게 되지 못한다. 이들의 경기선행여부를 통계적으로 분석해보면 선행성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 조사결과들은 설문조사임에도 불구하고 조사 당시의 경기상황을 잘 반영해준다.


놀라운 점은 이들 두 조사 모두가 지난 3월과 4월 모두에서 아주 강한 반등세를 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선행지수와 동행지수의 모습과 모순되지 않는 일관성이 그것도 아주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소비자의 경우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기업의 경우 기업의 규모나 업종과 관계없이 동일한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요약하면 현재 한국 경제는 빠른 경기회복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요주의할 대목이 있다. 계층별로 회복세는 비슷하나 회복수준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경기양극화 현상이 이번 경기회복기에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가계의 경우 생활형편은 소득순위가 그대로 반영되어 있고, 기업의 경우에도 대기업이나 수출기업이 느끼는 만큼의 업황을 중소기업이나 내수기업이 느끼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인구나 기업의 지역별 배치에 비추어 볼 때 지역별로도 비슷한 차이를 예상해 볼 수 있다. 경기회복 여부에 대한 논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이 비슷한 경기회복세를 느낄 수 있는 경제정책의 모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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