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重 등 외상매출 '주의보'

진상현 이상배 김지산 박종진 기자 2009.05.0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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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현대重 등 외상매출 '주의보'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외상 매출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올들어 선전하고 있지만 외상매출 비중이 커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매출채권은 1분기만에 2조원 이상 늘었고 현대중공업도 7800억원 가량 늘었다. 현대차, 포스코의 매출채권 잔액은 올 1분기 줄어들긴 했지만 매출액 대비 비중은 커졌다.



삼성전자의 매출 채권 잔고는 지난 1분기 말 현재 5조2106억 원으로 지난해 말 3조898억 원에서 석 달 만에 2조1208억 원(68.6%) 급증했다.

매출채권 잔고/분기 매출액 비율도 지난해말 16.7%에서 1분기말 28.1%로 늘었다. 지난해 1분기 말 13.8%에 비하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삼성전자측은 이에 대해 올 1분기 매출 가운데 3월 매출이 크게 늘어 아직 현금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숫치상 높아졌다고 해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출 채권을 현금화하는 데 통상 6주 정도 걸린다"며 "3월 매출이 급증하면서 아직 현금화되지 않은 매출이 매출 채권으로 잡혀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가운데 3월 매출이 어느 정도 차지했는지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서원석 NH증권 애널리스트는 "1분기 말에 시점차로 현금화 안된 채권이 늘었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 매출 채권은 얼마든지 현금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월 매출을 추정해보면 3월 매출이 1,2월이나 지난해 12월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온다"며 "회사측 설명대로 매출 증가에 따른 잔고 증가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김성인 키움증권 상무는 "매출 잔고는 본사 기준 통계로 대부분 삼성전자 해외 판매 법인들에 판매한 제품에 대한 것"이라며 "제품 가격이 급락해 해외 법인들이 손실을 보게 되면 영향이 본사에까지 미칠 수 있지만 현재 가격동향으로 봐서는 그런 우려는 없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1분기 외상으로 받지 못한 매출채권이 급증했다. 올 1분기만 7824억 원의 매출채권이 추가로 발생, 매출채권 잔액이 5조3778억 원으로 늘어났다.

현대중공업의 올 1분기 신규 매출채권은 지난해 1분기 발생한 1241억 원의 6배를 넘어섰다. 올해 선주들의 대금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1분기 매출액 5조4936억 원에 비해 매출채권 잔액 5조3778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97.9%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23.0%에 비해 무려 74.9%포인트 높아졌고 지난해 1분기 67.3%에 비해서도 30%포인트 높아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해외 거래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환율급등으로 원화표시 매출채권이 증가한 것"이라며 "선주들로부터 선수금 유입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원 동양종합금융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출채권이 급증한 것은 선주들로부터 선수금 입금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 된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만2000포인트를 넘보던 발틱운임지수(BDI)가 지난해 말부터 급락해 이달초 2005년 수준인 1806포인트로 곤두박질 쳤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박 금융조차 제대로 조달되지 않아 선수금 납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매출채권은 올 1분기말 2조2431억원을 기록, 지난해말 2조5531억원에 비해 3100억원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분기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말 28.9%에서 1분기말 37.1%로 높아졌다.

현대차는 경기침체로 전체 매출액이 준데다 수출의 경우 원화환율 급상승으로 외화 매출채권이 상대적으로 크게 잡힌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내수는 현대캐피탈을 통해 대부분 거래하기 때문에 매출채권이 잡혀도 금방해소되지만 수출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여러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경색의 영향으로 바로바로 결제가 안된 탓"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환율이 50% 가량 오른 영향도 크다"고 밝혔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 수요급감에 따라 매출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이라며 "매출채권 비중이 높은 플릿시장(렌터카·법인 등 대량 판매처, 통상 수익성이 낮음) 판매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 전문가는 "현대차는 재무구조나 현금흐름이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서는 아직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며 "해외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늘리고 딜러망을 확충하고 있어 경기회복 후 선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매출 채권 잔액은 지난해말 3조2286억원까지 늘어났으나 올 1분기말 10%가량 줄어 2조9000억원 수준이 됐다. 지난해 1년동안 1조3338억원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올들어 다소 줄어든 것이 다행이다. 그러나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보면 매출 감소폭이 더 컸기 때문에 분기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잔고 비중은 지난해말 39%에서 올 1분기말 45%로 높아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통상 국내 판매분에 대해 매출채권 비중이 높고, 해외 수출분에 대해서는 현금결제 비중이 높다"며 "지난 1분기 해외 수출가격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매출액 가운데 국내 매출채권의 비중이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초 경기악화를 고려해 동국제강, 동부제철 등 일부 중간재 수요처들의 매출채권 만기를 연장해준 것도 매출채권 비중이 높아진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매출액 가운데 매출채권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일부 매출채권에 만기연장이 이뤄졌거나 대금 납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포스코 등의 경우 아직 매출채권 비중 확대에 따른 유동성 악화를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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