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자금조달, '복불복' 게임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2009.05.07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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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자금조달 회사, 비용절감 vs 회사채 발행 회사, 부담 증가

지난 연말 급격히 치솟았던 신용카드 업계의 회사채 발행금리가 올해 들어 점차 안정을 되찾자 각 카드사별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당시 기업어음(CP) 등 단기 위주로 자금을 조달한 회사들은 비용절감에 성공한 반면, 회사채 발행을 강행한 회사들은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카드채 금리 5개월 새 4%p 하락=6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3년만기 카드채(AA) 발행금리는 지난해 11월 말 연 9.25%까지 치솟았으나 올 4월 말 연 5.25%로 4%포인트 하락하며 안정을 찾았다. 따라서 지난 연말 자금시장 내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장기자금 차입 위주로 자금조달 전략을 짠 카드사들은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다는 평가다.



카드사 자금조달, '복불복' 게임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는 지난 연말 조달금리 상승에도 불구 회사채 등 장기자금 조달에 주력했다. 향후 자금시장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안정성' 위주의 정공법을 선택한 것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4분기 동안 43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는 평소 분기 발행물량인 6000억~7000억원에 비해 줄어든 수치지만, 지난 연말 자금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상당 물량을 발행했다는 평가다. 삼성카드도 같은 기간 8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 비용보다는 안정성에 역점을 뒀다.



반면 롯데카드는 지난해 4분기 동안 카드채 발행 물량을 평소의 30~40% 수준인 700억원으로 낮추고, CP 발행물량을 7900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높은 만큼 일단 CP로 급한 자금을 조달하고, 금리가 안정을 되찾은 뒤 회사채 발행에 나서겠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연말 CP 발행금리도 연 8% 수준으로 낮지 않았으나 3개월 가량 단기조달이 대부분이라 비용부담이 덜하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 연말 CP 위주로 자금을 조달한 덕에 결과적으로 비용 부담을 한결 덜었다"며 "올해 들어 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만큼 회사채 발행 물량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결과만 놓고 평가하긴 힘들어"=그러나 이 같은 각 사별 자금조달 전략에 대한 평가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올해들어 자금시장 내 불안정성이 지속됐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전체 자금조달에서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60% 수준을 유지해야 안정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비용 절감 차원에서 단기자금 위주로 조달을 했다간 상황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향후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비용부담을 안더라도 보수적인 자금운영 전략을 세우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또 다른 카드사 자금부서 임원은 "CP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발행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며 "보수적인 자금조달 기조를 유지하는게 여러모로 안정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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