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오마하...버핏의 4대 생존 원칙

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김준형 특파원 2009.05.0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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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뉴욕 리포트]

2009년 5월 오마하.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지주사 버크셔 해서웨이라고 금세기 초유의 금융위기의 회오리가 비껴갈 리는 없었다.

3만5000명의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곤 하지만, 작년과 달리 일찍 발길을 돌린 주주들이 많아 주총 뒤풀이 행사장은 휑한 공간들이 눈에 띄었다.



그러나 '오마하의 현인'으로부터 위기를 살아남는 지혜와 희망을 배우고자 했던 주주들의 '순례'는 역시 헛걸음이 아니었다.

위기를 견디는 핵심 무기는 '수익 창출력'



올해 주총에서 버핏 회장이 특히 자주 입에 올린 단어는 '수익창출력(Earning Power)'이었다.
버크셔가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업종 최고 지위를 점하고 있으면서 영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강력한 수익 창출력을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개인도 마찬가지. 버핏은 재정지출 확대와 이로 인한 통화팽창으로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수익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경제의 어느 부분에서건 자기 몫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타이밍을 좇지 말고 저평가 대상을 찾아라


'바닥'이 언제인지를 초조하게 묻는 주주들에게 그는 '투자는 타이밍이 아닌 가격'이라고 말했다.

"바닥을 맞추는 것(picking bottom)은 내가 할일도 아니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가치에 비해)가격이 싼지를 고르는게(picking price) 나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좋은 회사의 가치는 가격으로 반영된다는 믿음이다.

기회가 올 때 쏠 수 있는 실탄을 비축하라

버크셔 해서웨이는 1분기말 현재 2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을 갖고 있는 세계 최고 현금부자 기업이다. 버핏은 "버크셔의 보유 현금이 1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금융위기 발발 이후 버크셔가 골드만삭스, 제너럴 일렉트릭(GE), 다우케미컬 같은 업계 세계 최고 기업들의 주식이나 채권을 사들일 수 있었던 것은 투자기회가 생기면 언제든 꺼내 쓸수 있는 '실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금이 풍부하면 급한 곳을 막기 위해 투자자산이나 회사를 헐값에 처분, 손실을 확정할 필요도 없이 버틸 수 있다.
수십년간 손실 한번 낸 적이 없던 월가 은행들이 금융위기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엉망이 된 것도 좋은 시절 벌어들인 돈을 흥청망청 나눠 쓰고, 유동성이 낮은 비현금성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했기 때문이다.

투자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버크셔의 주가는 지난 1년간 30% 이상 떨어졌다.
주가지수 옵션이나 신용부도스왑 같은 파생상품 손실과 골드만 삭스, GE같은 투자주식 주가하락이 이유가 됐다.

그러나 버핏은 "수십년간 보유해온 보험사 가이코나 카드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도 인수 이후 주가가 더 바닥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결국은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상기시켰다.

버크셔가 투자한 지수옵션 관련 파생상품도 앞으로 15년∼20년이 지나면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라고 자신했다. 78살의 노인은 15∼20년 뒤의 수익을 이야기하는데 '젊은 투자자'들은 1∼2년 앞을 내다볼 여유도 갖지 않는다.

버핏은 지난해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파도가 밀려나가면 그때야 누가 발가벗고 헤엄치고 있었는지 알게 된다"고 했다.
우리는 이 순간에도 발가벗고 헤엄치는 황당하고 위험한 짓을 하고 있지 않은지 2009년 오마하의 버핏은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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