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존경받는 기업의 조건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09.05.06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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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기부늘린 기업..실적개선에도 기부 줄인 기업 대조

2009년 5월은 예년보다 덜 행복한 아이들이 많은 듯하다. 경기불황은 아이들에게도 남 일이 아닌 탓이다. 부모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짙을수록, 손에 쥐어지는 용돈과 선물도 작아진다.

좋은 날일수록 마음이 시리기 쉬운 불우아동들은 경기불황을 더 실감할지도 모르겠다. 기업을 비롯해 외부의 기부금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는 지난해 순이익이 1조9000억원 가량 감소하면서 기부금을 1825억원에서 1389억원으로 436억원 줄였다. 여전히 순이익의 2.5%에 달하는 금액을 기부에 할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기부 감소분은 아동보호시설 수십 개를 운영할 수 있는 규모다.

지난해 매출이 5조원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9400억원이나 줄어든 LG전자 (110,100원 ▲600 +0.55%)도 기부금을 152억원에서 119억원으로 줄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주회사 LG (84,700원 ▲100 +0.12%)는 전년 보다 기부금을 9배로 늘린 게 997만원이다.



기부금은 회계 상 영업외 '비용'으로 처리된다. 경기가 위축되면 비용절감 0 순위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불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기부금을 늘린 '착한 기업'들도 있다.

SK텔레콤 (57,500원 ▼900 -1.54%)은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마이너스로 돌아섰지만 기부금을 724억원에서 996억원으로 늘렸다. 이 회사의 순이익 대비 기부 비율은 무려 7.79%에 달한다. 현대자동차 (250,500원 ▲4,500 +1.83%)도 매출과 순이익 모두 감소세로 전환했지만, 기부금은 225억원에서 276억원으로 늘렸다.

반면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사회공헌 비용을 줄인 기업도 눈에 보인다.


불황에 강한 유통공룡 롯데쇼핑 (64,000원 ▲2,100 +3.39%)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신장세를 기록했지만 기부금을 135억원에서 51억원으로 줄였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8%와 7.3%씩 늘어 10조5537억원, 7428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순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은 1.95%에서 0.68%로 낮아졌다.

수익을 늘리고도 사회 환원을 줄인 기업, 순이익 감소 비율에 맞춰 기부금도 조정한 기업, 수익이 줄어도 고통 분담을 위해 곳간을 연 기업. 소비자는 어떤 기업을 더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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