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자금시장 개선 "원화의 귀환"

머니투데이 강기택 기자 2009.05.0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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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급등 우려→환율급락 우려 '선회'

-올 시중은행 단장기물 차환율 100% 상회
-5년 만기 외평채 CDS프리미엄 연중 최저
-국민銀 자체 신용으로 10억 달러 규모 외화차입 시도
-정부 IMF, CMI 출연으로 달러 안전망 확충

외화자금시장 개선 "원화의 귀환"


외화자금 시장의 개선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시중은행들의 차환율은 단기물과 중장기물을 합해 100%를 넘어섰다. 여건이 좋아지면서 하나은행, 기업은행에 이어 국민은행은 정부 지급보증 없이 공모방식의 해외 차입 시도에 나서고 있다.

외화조달 여건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정부는 통화스왑, 외평채 발행에 이어 IMF와 CMI다자화기금 출연을 통해 유사시에 대비한 달러 안전망 확충을 도모했다.



이 같은 흐름과 맞물려 원달러 환율은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거래일보다 9.5원 하락한 1272.5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원화강세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원화가 원래의 자리로 귀환하고 있다.

5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들어 시중은행의 중장기 차입물량 차환율이 누적 기준으로 230%를 웃돌았다. 기존 차입분의 만기연장과 신규 차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예로 지난 4일 한국은행이 10억 달러 규모의 달러 3개월물 스와프 경쟁입찰을 실시한 결과 응찰액 8억 달러에 낙찰액은 6억 달러에 불과했다. 당초 만기 도래 물량 13억 달러에서 3억 달러를 제외했는데도 외화대출 수요가 준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신용경색이 완화되면서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한동안 끊어졌던 역외의 단기물 공급도 재개되고 있는 등 외화조달 여건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며 “한국물에 대한 위험부담이 줄면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5년 만기 외평채 CDS프리미엄은 지난 1일 현재 246bp로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는 또 지난해 10월3일 230bp 이후 최저치다. CDS프리미엄은 지난해 10월 699bp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초 잠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3월초 465bp까지 올랐었다.



외화 차입여건이 개선되면서 정부의 외평채 발행과 하나은행, 기업은행의 해외채권 발행에 이어 국민은행도 10억 달러 규모의 커버드채권(covered bond, 담보부 채권의 일종)의 공모 절차를 진행중이다.

발행에 성공하면 올해 시중은행이 공모방식으로 자체 신용을 통해 차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시중은행이 자체 신용으로 장기 외화조달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외환시장의 한 변수"라며 "성공할 경우 원화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정부는 통화스왑에 이어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다자화기금에 192억 달러, 국제통화기금(IMF)에 100억 달러를 출연해 이중 삼중의 안전망을 확보했다. 달러가 필요한 경우 정부는 CMI와 IMF에서 달러를 인출해 쓸 수 있다.

외화자금시장이 개선되면서 이제는 오히려 환율급락을 경계할 때가 됐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번 환율급등은 디레버리징(차입축소) 효과가 있었다"며 "지금은 역전현상이 일어날 조짐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포트리스 등 2개 이상의 대형 아시아 전용 외환펀드가 역외시장에서 아시아 통화에 대한 포지션을 늘린 것에 주목했다. 한 외환딜러는 "4월 무역수지가 60억달러로 사상최고를 기록한 것이 원화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당분간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미국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나 GM파산 여부 등 이벤트들이 남아 있지만 긍정론이 우세해 하락할 여지가 많다는 데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외화조달의 속도 조절을 고려중이다. 윤 장관은 "외평채 추가 발행은 하반기에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번 외평채 발행에서 유동성 확보에 주안점을 뒀지만 하반기에는 신인도 제고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즉 물량보다는 금리가 우선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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