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車업계 빅뱅' 핵으로..현대·기아차는?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5.0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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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자동차산업 재편 시작일 뿐"...현대·기아차 경쟁력 강화 절실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가 세계 자동차업계의 빅뱅을 주도하겠다고 나서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피아트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크라이슬러 지분과 오펠 등 제너럴모터스(GM)의 유럽 사업부문 인수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0년 흑자 신화의 토요타가 적자를 내며 주춤하는 사이 독일 폭스바겐이 올 1분기 GM을 누르고 세계 2위(판매대수)로 올라서는 등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이어서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빅3' 몰락에 따른 '토요타-폭스바겐' 양강 구도로의 재편에 피아트가 변수로 등장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빅뱅을 맞고 있다.



이 같은 회오리 속에서 세계 5위 현대·기아차도 생존 경쟁의 분기점을 맞고 있다. 특히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지분 인수 등을 통해 덩치를 키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경우 현대·기아차에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피아트가 클라이슬러, 오펠 인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연간 600만~700만대를 생산해 800억유로(약106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2007년 기준 280만대 생산으로 세계 9위에서 단숨에 토요타에 이어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소형차에 강점이 있는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활용해 북미시장 기반을 닦고 오펠 등과 유럽·남미 등을 공략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기아차로서는 중소형차 경쟁에서 '공룡급' 경쟁자를 만나게 돼 부담이 될 수 있다.

2005년 부임한지 1년여 만에 적자에 허덕이던 피아트를 살려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가 승부를 건 셈이다. 벌써 이탈리아 언론들은 "피아트는 '미국 정복자'"라고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판도 변화는 여전히 예측 불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피아트가 이미 경쟁력을 잃은 크라이슬러와 GM 자회사들을 인수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제휴가 실패로 끝나면서 벤츠가 BMW에 밀렸고 인도 타타자동차는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했다가 지난해 말 7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움에 직면했다. 피아트 역시 이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시장에서 유럽 소형차들이 잘 팔리지 않아 크라이슬러와의 제휴가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럽의 강호 폭스바겐도 미국시장에선 기아차보다 시장점유율이 낮다.

따라서 현대·기아차에게 이번 구조개편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자동차산업은 합병으로 덩치만 키운다고 경쟁력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단위 공장 당 생산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의 '위에둥'(중국형 '아반떼')과 인도의 'i10' 등 성공을 거두고 있는 현지 전략형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중소형 제품경쟁력은 충분하다"며 "노사협력 등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 '빅3' 소속 우수 딜러들을 끌어들이는 등 구조개편 과정을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 구조개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용대인 한화증권 수석연구원은 "포드가 올 가을을 고비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으며 피아트나 르노-닛산 그룹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기존 업체들의 구조개편은 이제부터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2007년 엔저시절 토요타가 그랬듯 일시적 환율효과에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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