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크라이슬러 지분과 오펠 등 제너럴모터스(GM)의 유럽 사업부문 인수도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0년 흑자 신화의 토요타가 적자를 내며 주춤하는 사이 독일 폭스바겐이 올 1분기 GM을 누르고 세계 2위(판매대수)로 올라서는 등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이어서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빅3' 몰락에 따른 '토요타-폭스바겐' 양강 구도로의 재편에 피아트가 변수로 등장해 세계 자동차 시장은 빅뱅을 맞고 있다.
피아트가 클라이슬러, 오펠 인수합병에 성공할 경우 연간 600만~700만대를 생산해 800억유로(약106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2007년 기준 280만대 생산으로 세계 9위에서 단숨에 토요타에 이어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2005년 부임한지 1년여 만에 적자에 허덕이던 피아트를 살려낸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최고경영자가 승부를 건 셈이다. 벌써 이탈리아 언론들은 "피아트는 '미국 정복자'"라고 흥분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판도 변화는 여전히 예측 불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한다. 피아트가 이미 경쟁력을 잃은 크라이슬러와 GM 자회사들을 인수하는 게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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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임러-크라이슬러의 제휴가 실패로 끝나면서 벤츠가 BMW에 밀렸고 인도 타타자동차는 재규어·랜드로버를 인수했다가 지난해 말 7년 만에 분기 적자를 내는 등 어려움에 직면했다. 피아트 역시 이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시장에서 유럽 소형차들이 잘 팔리지 않아 크라이슬러와의 제휴가 별다른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럽의 강호 폭스바겐도 미국시장에선 기아차보다 시장점유율이 낮다.
따라서 현대·기아차에게 이번 구조개편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제 자동차산업은 합병으로 덩치만 키운다고 경쟁력이 올라가지 않는다"며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단위 공장 당 생산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국의 '위에둥'(중국형 '아반떼')과 인도의 'i10' 등 성공을 거두고 있는 현지 전략형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중소형 제품경쟁력은 충분하다"며 "노사협력 등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 '빅3' 소속 우수 딜러들을 끌어들이는 등 구조개편 과정을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산업 구조개편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용대인 한화증권 수석연구원은 "포드가 올 가을을 고비로 무너질 가능성이 있으며 피아트나 르노-닛산 그룹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며 "기존 업체들의 구조개편은 이제부터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2007년 엔저시절 토요타가 그랬듯 일시적 환율효과에 방심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