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피아트자동차가 펼치는 청사진이 야무지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회장@출처=파이낸셜타임스
이같은 계획대로 새 회사가 설립되면 피아트는 연간 매출 800억 유로, 연간 총 생산량 600만~700만대 규모로 토요타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바로 올라선다. 또 다양한 차종을 생산해 유럽을 비롯, 미국과 남미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어 글로벌 브랜드로의 급부상도 가능하다.
피아트의 이같은 부활은 그동안 치욕과 인고의 뼈 깎는 구조조정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퇴출됐던 것이 결정타였다. 도장 강판에 녹이 쓰는 크레임이 잦으며 시장에서 불명예 강판됐다.
2007년만해도 현대-기아차와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PSA)보다 낮은 업계 순위 9위(생산대수 기준, 자동차공업협회 자료)로 10위권 안에 간신히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그러나 피아트가 미국 자동차'빅3'중 크라이슬러를 집어 삼키는 것은 '기사회생'을 넘어 미국시장으로의 '금의환향' 을 뜻한다. 피아트가 소형차 황금기를 열었던 1960~7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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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를 제2의 전성기로 이끌고 있는 동력은 바로 최고경영자(CEO)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다. 2004년 파산 위기 상황에서 취임한 마르치오네는 임원 해고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하며 피아트를 위기에서 탈출시켰다.
특히 적극적 제휴 체결, 활발한 인수·합병 및 투자 유치 전략을 탁월하게 추진해 피아트를 회생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FT는 마르치오네가 이미 지난해부터 자동차 산업 인수·합병 부문의 리더였고, 현재는 위기의 수혜자라고 평가했다.
물론 마르치오네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자존심 강한 독일은 오펠을 이탈리아 기업에 쉽게 내주지 않을 테세다. 정치권과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피아트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 독과점 금지 등의 장애물도 뛰어넘어야 한다. 미국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오랜 불신감도 해소해야 한다.
마르치오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을 하려면 항상 큰 도박을 해야 한다"며 거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집념을 드러냈다. 절명의 위기를 돌파한데 이어 업계 최강자의 위치에 올려 놓으려는 마르치오네의 도전은 지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