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꿈꾸는 피아트의 부활 성공할까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09.05.04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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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오펠 타고 제2의 전성기 눈앞…CEO 마르치오네 경영능력 주목

'망한 회사에서 세계 제 2의 자동차업체로'

이탈리아의 피아트자동차가 펼치는 청사진이 야무지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회장@출처=파이낸셜타임스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회장@출처=파이낸셜타임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지분 인수에 이어 오펠 등 제너럴모터스(GM)의 유럽 사업 부문을 인수, 새로운 합작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계획대로 새 회사가 설립되면 피아트는 연간 매출 800억 유로, 연간 총 생산량 600만~700만대 규모로 토요타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기업으로 바로 올라선다. 또 다양한 차종을 생산해 유럽을 비롯, 미국과 남미 시장까지 공략할 수 있어 글로벌 브랜드로의 급부상도 가능하다.



FT는 피아트의 도전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질서를 뒤흔드는 야심찬 계획이자 '거인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피아트의 이같은 부활은 그동안 치욕과 인고의 뼈 깎는 구조조정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피아트는 2000년대 초반 경영 악화로 파산 위기까지 내몰렸었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불신으로 퇴출됐던 것이 결정타였다. 도장 강판에 녹이 쓰는 크레임이 잦으며 시장에서 불명예 강판됐다.

2007년만해도 현대-기아차와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PSA)보다 낮은 업계 순위 9위(생산대수 기준, 자동차공업협회 자료)로 10위권 안에 간신히 이름을 올릴 정도였다.

그러나 피아트가 미국 자동차'빅3'중 크라이슬러를 집어 삼키는 것은 '기사회생'을 넘어 미국시장으로의 '금의환향' 을 뜻한다. 피아트가 소형차 황금기를 열었던 1960~70년대를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피아트를 제2의 전성기로 이끌고 있는 동력은 바로 최고경영자(CEO)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다. 2004년 파산 위기 상황에서 취임한 마르치오네는 임원 해고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추진,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하며 피아트를 위기에서 탈출시켰다.

특히 적극적 제휴 체결, 활발한 인수·합병 및 투자 유치 전략을 탁월하게 추진해 피아트를 회생시키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FT는 마르치오네가 이미 지난해부터 자동차 산업 인수·합병 부문의 리더였고, 현재는 위기의 수혜자라고 평가했다.



물론 마르치오네가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다. 자존심 강한 독일은 오펠을 이탈리아 기업에 쉽게 내주지 않을 테세다. 정치권과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피아트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 독과점 금지 등의 장애물도 뛰어넘어야 한다. 미국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의 오랜 불신감도 해소해야 한다.

마르치오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을 하려면 항상 큰 도박을 해야 한다"며 거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한 집념을 드러냈다. 절명의 위기를 돌파한데 이어 업계 최강자의 위치에 올려 놓으려는 마르치오네의 도전은 지금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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