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 파산신청 후폭풍은

박종진·김보형 기자 2009.05.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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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피해는 미미, 중소부품사 중심으로 수요 감소 우려

미국의 3대 자동차 회사 가운데 하나인 크라이슬러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크라이슬러에 부품을 공급하던 국내 부품사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미수채권 등 당장 입는 피해규모는 예상보다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크라이슬러의 생산량 감소에 따른 부품수요 감소 등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4일 자동차 업계 및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한 국내 부품사 20여 곳이 연간 7억3000만달러, 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부품을 크라이슬러에 납품하고 있다. 현재까지 지급받지 못한 미수채권 규모는 5488만 달러 정도로 파악됐다.

하지만 대부분 미국 정부 등의 지급 보증을 받아 실제로 피해 우려가 있는 금액은 546만 달러 수준이며 크라이슬러가 글로벌 부품조달 보다는 현지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비중이 높아 국내 업체들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모비스 (217,000원 ▲2,500 +1.17%)는 2006년부터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 공장에서 생산되는 '랭글러' 모델에 '컴플리트 섀시'(조향장치)를 납품하고 있다. 작년의 경우 12만5000개의 모듈을 공급했고 올해에는 이보다 감소한 11만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있겠지만 현지에서 랭글러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당장 큰 파장이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브레이크 코너 모듈과 서스펜션 모듈 등을 생산하고 있는 만도 역시 크라이슬러의 파산 보호 신청에 따른 직접적인 악영향은 없지만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변정수 만도 사장은 "크라이슬러와의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번 파산 신청이 만도의 최대 거래처 가운데 하나인 GM의 처리문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 등 공조시스템을 수출하는 한라공조 (3,900원 ▲35 +0.91%) 이준식 상무는 "대형 부품사들은 크라이슬러의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급 물량을 줄여나가고 있었다"며 "다만 정보가 부족한 중·소부품사들은 크라이슬러에서 줄어든 물량을 다른 곳에서 만회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윈도 레귤레이터와 도어모듈 등을 GM과 크라이슬러 등에 납품해오던 한 중견부품사는 올해 초부터 수출 물량이 줄어들어 조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크라이슬러의 파산 보호 신청까지 겹쳐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타이어업계에서도 한국타이어 (16,850원 ▼150 -0.88%)금호타이어 (4,420원 ▲20 +0.45%)가 '쉐브링'과 '닷지' 모델 등에 신차용타이어(OE)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이들 차종의 생산이 멈춘다면 타이어 공급도 중단될 수밖에 없다.

또 중소형차 중심의 피아트가 크라이슬러 경영에 참여하게 되면 기존의 SUV와 대형 차량이 중심이었던 크라이슬러 생산 라인업이 중소형차 위주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아 기존 국내 업체들의 비중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특히 국내 부품업계와 거래량이 많은 GM도 크라이슬러와 같이 파산보호 신청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관련 부품업계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상준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국내 부품업체의 크라이슬러 매출 비중은 1%미만인 것으로 보이지만 매출채권 회수 문제와 생산 중단에 따라 일부 부품업체들의 경우 매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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