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 버핏이 금융위기에서 배운 것

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김준형 특파원 2009.05.0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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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주총 12]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레버리지를 줄여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78)이 금융위기를 통해 뼈져리게 느낀 점이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 주총 일정을 마친 3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졌다.
버핏 회장의 동료이자 그를 능가할 정도의 뛰어난 투자전문가로 꼽히는 찰스 멍거 부회장과 함께 경제전반과 시장상황에 대해 기자들과 문답을 나눴다.

버핏(B) 회장 및 멍거(M) 부회장과의 주요 일문일답을 요약한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찰스 멍거 부회장이 3일(현지시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김준형 특파원]↑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왼쪽)과 찰스 멍거 부회장이 3일(현지시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오마하(미 네브래스카주)=김준형 특파원]


Q:전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당신이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금융위기발발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보나



B:레버리지(차입투자)가 줄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적절한 인센티브는 레버리지를 키우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합리적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는게 문제다(과도한 보상을 바란다).
실적이 좋으면 보수가 올라가면서 실적이 나쁘면 떨어질 위험은 없고, 나중에 실적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든 말든 보너스는 당장 현금으로 받는 방식의 인센티브제도는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언론이나 나를 포함해 금융과 관계있는 모든 사람들이 책임이 있다. 가장 어리석었던 점은 집값이 한없이 오를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M:금융의 원칙 가운데 하나는 금융시장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은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비도덕적인 일들을 눈감아왔다. 망하기 전날까지도 엄청난 이익이 나는 것처럼 꾸미고, 그걸 근거로 엄청난 보너스를 받는 '미친짓(insane)'들을 해왔다. 지금의 회계 시스템은 총체적으로 잘못돼 있다.
↑찰스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찰스 멍거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
Q:버크셔 해서웨이는 1965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주서한에서 '파도가 밀려나가면 누가 벌거벗고 헤엄치고 있었는지 드러난다'고 했는데, 금융위기가 휩쓸고 지나가고 나서 보니 버크셔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B:버크셔는 20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최고의 보험사(가이코)를 갖고 있다. (웃으면서)벌거벗고 수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M:기업의 가치는 하루아침에 극적으로 변하지 않지만 주가는 급변한다. 1주, 한달, 혹은 1년의 주가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지금은 분명 슬픈 시기이지만 가이코 같은 회사에는 더 큰 기회를 준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Q:버크셔의 현금보유고가 1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는데. 증자나 채권발행 계획은?


B:계획없다. 보유중인 투자주식을 매각할수도 있고, 지금도 계속 현금이 들어오고 있다. 이 돈으로 새로운 투자를 계속할수 있다. 보유 현금이 100억달러 아래로 내려갈 일은 없다. 가이코나 아멕스같은 회사들도 어려울때 사들였다. 지금같은 시기가 투자의 좋은 기회이다.

Q:미 재무부가 7일(현지시간) 결과를 공개하는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B:은행이라고 해도 비즈니스 모델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각자 다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우리는 버크셔가 보유중인 웰스파고, 유에스 뱅코프, M&T에 대해 우리 방식대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 봤다.

이들은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 않다.
스트레스 테스트 대상 19개 은행중에 15개는 망하기엔 너무 큰(Too Big To Fail) 상태가 아니다. 이들은 망할수도 있고, 다른 은행에 자산이 인수되면 납세자들의 돈이 들어갈 일도 없다. 나머지 4개 은행은 좀 사정이 다르다.(상위 4개 은행은 J.P모간, 씨티,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 파고)

M:'만능 잣대(One Fits All)'로 모든 은행을 재단해서는 매우 부실하게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Q:당신은 파생상품을 '금융 대량학살무기'라고 비난했었는데, 버크셔가 통해 파생상품에 투자한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B:우리는 1. 위험을 이해하고, 2. 손실율을 산정한뒤, 3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위험을 회피한다는 세가지 원칙에 따라 투자한다. 거래에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파생상품 형태의 거래가 불가피할 수 있다. 파생상품을 나서서 만들지는 않았지만 시장이 있으면 적당한 가격에 투자할 수 있다.

M:우리는 우리 돈으로 건전한 거래를 하고 있다. 회사와 주주에게 이익이 될걸로 본다. 도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Q:애플의 경우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건강문제가 회사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버핏 회장의 건강은 어떤가

B:만약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 회사가 발표할 것이다. 회사를 둘러싼 루머가 퍼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내용은 투명하게 밝힐 것이다. 그때까지는 문제가 없는걸로 봐도 된다.

Q: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제프 이멜트 회장은 버핏 회장의 '문하생'이라고 할수 있는데, GE가 다시 '세계 최고의 위대한 기업'으로 태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B:GE의 매출과 수익은 개선되고있다. 금융권 전체의 위기로 금융부문이 타격을 받았지만 이멜트 회장의 취임이후 제조업부문의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M: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Q:한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1% 성장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주총에서 한국주식에 좀 투자했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는데, 한국시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B:우리가 주식을 갖고 있는 포스코는 매우 튼튼한 회사이다. 이스라엘 절삭기 회사 이스카를 통해 투자한 자회사(대구텍)도 잘 해나가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M&A)을 많이 하고 있지 않지만, 다수의 한국의 기업들이 우리의 레이더 스크린에 올라있다.
(멍거 부회장에게)당신이 투자하고 있는 세계 5개 국가 가운데 한국이 포함돼 있는걸로 아는데.

M:포스코는 기술 품질 효율 경영 면에서 세계 최고기업이다. 한국같은 크기의 나라가 세계 최고 기업을 배출하기는 쉽지 않은데, 포스코 말고도 많은 기업이 그같은 수준에 올라있다. 멍거 패밀리의 해외 투자대상 국가는 3곳이며 한국이 그중 하나이다.

Q:중국 등 외국에서 끌어온 돈으로 미국 경제가 지탱되는 시스템이 언제까지 지속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M:유가가 내려서 그나마 재정적자가 줄었지만, 앞으로도 미국의 무역 재정적자는 계속될 것이다. 중국인들은 열심히 일해서 20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그 달러로 조그만 종이쪽지(미 국채)를 사고 있다. 이런 시스템이 계속 될수는 없다.

B:중국 입장에서는 이 시스템을 영원히 지속시키는게 좋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그 반대라는 의미). 미국내 지도층들도 이제는 중국제품에 익숙해지고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중국으로서는 또다른 이익이다.

Q:중국의 전기자동차 BYD 지분 10%를 인수했는데, 장부 위조 의혹이나 제품 경쟁력 면에서 투자위험을 어떻게 생각하나.

M:잘못된 루머라고 본다. BYD는 중국도 아닌 일본에서 특허권 분쟁에서 이겼다. BYD 창업자(왕추안푸회장)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이 사람은 소비자와 직원, 국가(중국)를 위해 큰 일을 할 것으로 본다.

Q:해외 투자를 확대할 계획은? 외환 투자 포지션은

B:해외 투자에는 언제나 열린 자세를 갖고 있지만, 지금은 가능성이 좀 낮아진 상태이다. 하지만 내일이라도 세계 어느곳에서 수십억달러 정도의 투자기회가 발견된다면 망설이지 않겠다. 외환 관련 직접 매매는 현재 하지 않고 있다.

Q:올해 사상 최대인 3만5000명의 주주들이 오마하를 찾았는데, 무엇이 이들을 모이게 한다고 보는가.

B:우리는 주주를 파트너로 생각한다. 그 점을 갈수록 주주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다.

M:"난, 1980년부터 버크셔 해서웨이 주총에 참가했다"라고 말하는 것 만큼 확실하게 자신이 부자이고 현명하다는 것을 자랑할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나(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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