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러시아도 美 스트레스 테스트에 스트레스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이짐지점 팀장 2009.05.04 09:35
글자크기

[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어리석은 시장과의 대립<2>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한국경제TV(와우TV)에서 10여년 동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유익한 투자정보를 제공했던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중국 러시아도 美 스트레스 테스트에 스트레스


미친다는 것은 이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마치 이라크 전에서 미군들의 헬멧에 “부셔 부셔 버려”라는 강력한 비트의 팝송을 틀어 약간 흥분된 상태를 만들어 용감하게 적진을 행해 돌진하게 했듯이...엄청난 보상과 면제부에 고무된 은행들은 이미 도덕적으로 마비가 되어 있었다.

땡전 한 푼도 없는 전혀 자격이 되지 않는 사람에게 주택 대출을 해주고 그 권리를 다시 MBS로 만들었다면 적어도 이를 만드는 은행들은 이것이 범죄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이미 미국의 맨해튼에 있는 대형 IB 들의 귀에는 “부셔 부셔버러~”라는 강한 비트의 선율이 이성을 잃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전역을 도덕적 헤이에 빠지도록 기획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금융의 보이지 않는 배후들, 미국 달러화를 지키기 위한 전사들일 것이다.

그러니까....미국에 있는 필자의 제자에게 학생 신분으로 전화가 온 것이 지난 2007년 여름이었으니까 그 때 이미 미국의 부동산 시장은 엄청나게 곪아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었다.

“선생님 저 집 사려구요”

“야 이놈아 니가 무슨 돈이 있다고 집을 사?”


“가능해요, 제 친구들 중에서 5채 산 친구도 있어요.”

자초지종을 들었던 필자는 놀라운 마음을 금치 못했었다. ARM 2-28이라는 희한한 대출 상품에 대해서 말이다. 2년 동안에는 이자도 안 물어도 되고 신용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으니 수년에 걸쳐 눈만 뜨면 집값이 오르는데 익숙해진 시민들 역시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부풀려진 부동산은 터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이 곪아 터진 부동산에 “품”자 딱지를 붙여서 팔 수 있게 고안된 상품이 바로 CDO였다.

그리고 이들 악마의 폭탄은 세계 금융기관에 은밀하게 배달되었다. 또한 그 CDO 들은 CDS라고 하는 도폭선으로 상호 연결이 되었다. 누구 하나라도 배신을 하게 될 경우에는 다 죽는 것이다.

모든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리만 브라더스라고 하는 스마트 폭탄을 본보기로 터뜨렸고 세상은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엄청난 난국에 빠지게 되었다.



혹자는 이 모든 것이 모두 우연히 일어난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그러기에는 미국, 아니 기축통화로서의 달러화가 가져가는 이익이 너무도 크다.

지금 각국은 재정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있다. 돈이 어디 있어 투자를 하는가? 결국은 화폐를 발행해야만 하고 그 화폐를 담보로 스왑의 형태로 달러를 가져와야만 한다.

당연히 우리 돈에 대해서는 이자를 요구할 수 없고 빌려오는 달러화에 대해서는 소정의 이자를 내야만 한다.



일은 미국이 저지르고 이자를 내는 쪽은 우리라는 게 말이 되는가?

하지만 이미 세계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다. 감히 누가 거역을 하겠는가?

이미 나의 심장 옆에서 째깍째깍 소리가 들리고 있는데 말이다. 은밀하게 부착된 시한폭탄을 제거할 능력도 방법도 모른다. 그걸 알면 폭탄이 배달 되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거만했던 유럽도 초토화되었고 의기양양했었던 신예 러시아와 중국도 이제는 갑작스레 불거진 금융위기에 마치 소금에 절여진 김치가 되어 버린 듯하다.

당연하다. 금융위기의 펀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했었기 때문이다.

대공황이 두려웠다고?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그렇게 힘들었다고?

그래...무섭기도 했을 것이다.

당시 일본은 불황이 시작된 이후 첫해부터 약 5년 동안에 절반이 날라가 버렸고 그 다음 5년에 걸쳐서 자산가치가 고점 대비 25%까지 하락을 했다. 그 과정에서 주가는 80%가 날라 갔었다. 그것이 우리가 최근에 본 가장 무서운 불황이었다.



하지만 그 고통은 10년을 통해 분산될 수 있었기에 그렇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 금융 위기를 통해 단 5개 월 만에 주식시장의 가치가 80%가 허공에서 날라가 버렸다. 단 5개 월 만에 말이다.

우리나라도 달러화 베이스로는 고점 대비 75%가 날라 가는 상황이었기에 그게 그것이겠지만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다르다. 러시아는 아직은 신흥국에 속하고 이런 불황에 무척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금은 금융위기로 인해 사회가 극심한 혼란 속에 빠지려는 기색마저 보이고 있다.



인기 많던 푸틴 총리는 연신 “이 모든 것이 미국 때문이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고 모스크바에 유학 중에 있는 아무런 죄가 없는 외국인들이 러시아인들에게 테러를 당하는 빈도수가 높아졌다. 사회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정부의 힘이 작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에 우리 여학생도 스킨헤드로 보이는 청년들에게 당한 것이 이슈화 되기도 했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에게 알콜을 뿌리고 불을 그어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람은 궁지에 몰리면 극단적으로 돌변하는 법이다.

러시아의 화폐 루불은 또다시 위기에 빠지고 있다. 마치 전쟁 직전의 이라크처럼 도시 곳곳에서는 루불을 달러로 바꾸려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물론 공식적인 환율 보다 훨씬 더 쳐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물가가 살인적으로 뛰고 있는데 이는 루불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루불의 가치가 속락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루불을 보유하려 하겠는가?

금융위기 초기만 해도 누구도 이런 모습을 예측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 곤란을 겪을 나라로 미국을 일제히 지목했었고 달러화는 폭락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었다.

물론 필자도 달러화가 강해진다는 것은 아니다. 완만한 하락을 해야만 그들은 시뇨리지를 취할 수 있다. 즉, 달러화는 언제나 약해질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타고난 화폐이다.



러시아는 금융위기 초기까지만 해도 먼저 파산 길에 접어든 아이슬랜드에 외화를 빌려주는 호기마저 부렸지만 지금은 날개가 꺾인 새의 신세가 되어버렸다.

한 때 60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 보유고를 가지고 있었던 러시아가 그럴 정도라면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러시아는 올해 안에 갚아야 하는 단기 차입금이 1000억 달러나 된다. 지금 당장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기름쟁이로 성공해서 한 때 이름을 날린 러시아도 더 이상 국제 무대에서 큰 형님으로 살기는 어렵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

2 조 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라면 좀 나을까?

지금 각종 매스컴이나 혹은 세계 시황 전문가들은 중국을 믿고 있는 듯하다.



정말 그럴까?

하지만 중국의 국부펀드가 미국의 금융사 등에 투자했었다가 망신을 당할 것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필자가 보기에 중국 역시 이미 흠씬 두들겨 맞아 이빨이 날라 가고 코피가 나고 있지만 웃을 뿐이다. 죽의 장막이라고 하는 중국의 특성상 상처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미 곳곳에서 가려진 부실들이 드러나고 있다.



정부계 펀드인 중국 투자유한공사가 블랙스톤에 출자했다가 눈탱이가 시커멓게 터진 일이나 혹은 중국에서 가장 큰 보험사 중에 하나인 핑안 보험이 눈물이 핑 돌 정도의 손실을 본 것 등은 아예 언론에서 잘 다루어지지도 않는 일 들이다.

모두들 2조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힘이 세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지만 무엇을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단지 2조 달러라고 하는 표면적인 글자를 믿었다면...다시 생각해주기 바란다.

이번에 25.5%까지 늘어난 M2 증가율을 보라. 이미 중국도 물가 상승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다. 25.5%는 거의 발악적인 수치였다. 서민들의 불만을 감수하고라도 일단 이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금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 돈만 되면 무조건 달러나 미 국채를 매수했었던 그들이었다.

지금까지 막강한 외환 보유고로 인해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고 믿고 있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미국은 중국의 심장에 이미 비수를 겨누고 있었다는 현실에 대해 그들도 서서히 자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은 절대가치를 가진 실물이다. 명목화폐인 달러화와는 그 태생적 가치기준이 다르다.



그들이 금의 보유량을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은 하루 하루 심장을 파고 드는 보이지 않는 비수(달러)로부터 조금이라도 해방되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여기에서 상호 연결되어 있는 도폭선을 터뜨리게 된다면 중국은 사분오열 될 것이다.

과거 구 소련을 붕괴시킬 때에도 그들은 간단하게 총 한발 쏘지 않고 가능했었던 것은 금융의 힘이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