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벤을 보이콧하라"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9.05.0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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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7-4>소비자 화장품 기업의 사회적 책임

2004년 1월, '응용독성학회지'에 실린 논문 하나가 국제적 논란을 일으켰다. 유방암 환자 20명에게서 떼어낸 종양 조직을 분석한 결과 예외 없이 파라벤 성분이 검출됐다는 영국 리딩대 다버 박사팀의 연구결과였다.

2007년에는 파라벤이 세포 내에서 DNA를 공격해 암세포를 만들고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세포를 사멸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008년엔 '파라벤이 여성 호르몬 일종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해 유방암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결과들이 유명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했던 구희연·이은주가 쓴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라는 책을 통해 다시 알려지면서 화장품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파라벤 즉 파라옥시안식향산에스테르는 화장품에 가장 흔하게 쓰이는 방부제 중 하나다. 립스틱 같이 입에 바르는 화장품에도 쓰인다. 더구나 파라벤은 체내에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가지 않고 축적된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은 "식물 속 항균물질, 발효, 다가알코올 등 각종 천연ㆍ친환경적 방부 처리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면서 화장품 회사들의 신기술 개발을 촉구했다.

이 책은 소비자들에게 "파라벤류에 독성이 있는 것은 기정 사실이므로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라며 파라벤류 방부제가 들어간 제품을 절대 구매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파라벤 제품을 보이콧하라는 것이다.

유방암 예방 캠페인은 화장품 업체들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유명하다. 유해성분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높아진 상황에서 화장품 기업이 지속경영을 위해 우선시해야 할 사회적 책임은 무엇일까. 사회공헌 활동을 꾸준히 벌이는 것일까. 아니면 제품에서 유해 논란이 일고 있는 물질을 빼는 것일까.


전경련이 지난 3월 '기업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성인남녀 800명에게 "기업의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을 물었을 때 전체의 46% 가량이 고용(23.6%), 기술개발(11.9%), 소비자 만족(10.9%) 등 경제적 책임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이익의 사회 환원(18.9%)' 즉 사회공헌적 책임보다 높은 순서였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은 사회공헌보다는 기업 본연의 역할을 잘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공헌 활동에 앞서 소비자에게 안전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화장품 업체뿐 아니라 일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도 근본이 되는 활동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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