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에 겨우 빗물자국 묻었다고?"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5.04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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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닝 서프라이즈'에 이유는 있다"...넥센타이어 경영혁신 4년

"당장 본사에 연락해 새 제품으로 공수해 와라"

지난해 11월 넥센타이어 (7,140원 ▼70 -0.97%) 유럽 전진기지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사에서 홍종만 부회장(66,사진)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신규 거래선을 개척한 한 이탈리아 바이어로부터 항의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타이어에 겨우 빗물자국 묻었다고?"


컨테이너를 열어보니 타이어에 빗물자국이 약간 묻어있었다는 것이다. 현지 직원들은 식품도 아니고 타이어에 빗물자국이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며 그냥 넘기려 했지만 홍 부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이 유럽시장인데 신규 거래를 만들어 놓고 작은 실수로 놓치게 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업계에서 넥센타이어가 놀라운 실적을 거두고 있다.

국내 3위 타이어업체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매출액이 7500억원을 돌파했고 올 1분기 매출만 2302억원을 기록, 조만간 '1조원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1분기 경쟁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반토막났는데 오히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40%, 61% 증가하는 기염을 토했다.



부도난 우성건설의 계열사 우성타이어를 강병중 회장이 1999년 인수해 2000년 ‘넥센'(NEXEN) 브랜드를 달고 출범한지 10년만이다. 출범 당시 매출액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5배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넥센타이어측은 '시스템 경영'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체계적 연구개발 능력 증대와 유연성 있는 해외시장 개척이 핵심이다. 2006년 2월 넥센타이어로 영입된 홍 부회장은 제일모직을 시작으로 제일제당, 삼성화재를 거쳐 삼성코닝정밀유리 대표이사를 역임한 '삼성맨' 출신이다.

그는 기술력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최근 4년간 연구 인력을 60명에서 200명으로 늘리고 제품개발 기간을 대폭 단축시키는 등 '품질'에 집중했다. 2007년에는 연구평가동도 신축했다.


그 결과 세계 최저 편평비(단면폭과 높이의 비율, 낮을수록 타이어 높이가 낮아지고 높은 기술력을 요구) 타이어인 '15시리즈' 개발, '20시리즈'의 세계 최초 상용화 등 쾌거를 이뤘다. 또 최대시장인 미국 등에서 초고성능(UHP)타이어 같은 고수익제품의 판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해외시장을 탄력적이고 공격적으로 개척해왔다. 현지 법인 직원들뿐만 아니라 본사 해외담당 직원들도 직접 현장에 배치해 바이어들과 접촉하도록 했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발빠른 상황 분석으로 물량조절도 유연성 있게 대처해 1분기 매출이 미주시장에서 전년대비 47% 늘어났고 유럽이 30%, 아프리카·중동이 70% 각각 증가하는 등 여러 시장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 4년 전 3개였던 해외지사는 현재 6개로 늘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80%선으로 경쟁사들을 앞지르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올 초 강병중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아들 강호찬 사장(38)이 영업을 총괄하는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오너가의 책임경영과 전문경영인 홍 부회장의 총괄 관리 경영이 조화를 이뤄 안정적 운영체제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태봉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원자재 가격 하락과 환율 상승 등 우호적인 시장환경에다 넥센타이어의 제품 고도화 전략, 경영관리 효율화 등이 맞물려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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