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엔 가족이 최고..'신(新) 오렌지족' 뜬다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09.05.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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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新) 오렌지족'(O·R·A·N·G·E)이 뜨고 있다.

원래 '오렌지족'은 소비적이고 퇴폐적인 성향의 80~90년대 부유층 유학파 자녀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신 오렌지족은 이와 달리 건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신 오렌지족이란 불황을 맞아 외식 대신 '집에서 요리해 먹고(Oven Family)', 해외여행 대신 가까운 '근교 나들이를 하며(Rest in nest)', 때와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다용도 패션을 선호하는(All-round wear)' 소비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또 이들의 다른 특징으로는 정보교류를 위한 '네트워크(Network)'를 중시하고, '가족을 제 1의 가치로 생각하며(Good father)' '가족의 건강을 위한 친환경 제품을 선호한다(Eco-friendly)'는 점을 들 수 있다.

◇Oven family; ‘집에서 요리!’ 늘었다.



경기 불황에 '집에서 요리(Cook)'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외식대신 집에서 좋은 재료로 요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식재료와 조리기구 판매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올들어 지난달 29일까지 슈퍼마켓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3%, 조리기구 매출 11% 각각 증가했다. 이밖에 정육 12%, 건식품 15%, 야채 8% 등 품목별로도 고른 매출 신장세를 나타냈다.

조리기구에서도 '휘슬러'의 매출이 32% 증가한 것은 비롯해 허두드 80%, 르쿠르제 48% 등 보급형부터 고가형까지 골고루 신장했다. 이밖에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델리, 디저트, 베이커리 등 조리식품 매출도 23% 늘었다.


이와 함께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봄학기 강좌의 한식·양식 등 요리강좌 수강생도 지난해 봄 학기보다 370%나 증가했다.

◇Rest in nest; 해외여행 대신 근교 나들이.

불황과 고환율로 해외여행 대신 큰 경비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당일버스 여행'이나 '근교나들이' 강좌도 인기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는 올 봄학기 여행 강좌로 하루 또는 1박2일 일정으로 해금강 동백숲, 화개장터, 구례 산수유마을 등 국내 대표적인 봄 여행지를 돌아보는 나들이 강좌를 진행한 결과, 참석고객이 지난해 봄 학기보다 30% 이상 늘었다.

한편 이 같은 근거리 여행 수요를 감안해 올해 처음 선보인 '창고쇼핑투어'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창고쇼핑투어는 서울 근교 협력사 창고에 전세버스를 타고 찾아가 환율 인상전에 수입된 주방용품 이월상품을 30%∼7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행사로 지난 3월중 무역센터점에서 시범 진행한 이후 고객반응이 좋아 최근 6개 점포로 확대된바 있다.

◇All-round wear : 트레이닝복, 아웃도어 등 다목적 의류 인기.

홈웨어 또는 외출복으로 입는 트레이닝복과 외출복 또는 운동복으로 입는 아웃도어 의류도 인기다. 등산복의 경우 갈수록 화사해지고 있어 도심에서 입고 다녀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동네 아저씨의류의 상징인 트레이닝복 역시 슬림한 라인, 화려한 컬러를 갖춰 여성들의 외출복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아웃도어 의류 매출은 불황이 시작된 지난해에도 전년대비 11.7% 신장했으며 올 들어 지난 29일까지 14.9% 늘었다. 트레이닝복도 나이키, 아디다스 등 주요 브랜드의 경우 15% 이상 신장하고 있다.

트레이닝복 스타일의류로 유명한 '쥬시꾸뛰르' 도 전체 매출 중 '트랙수트'(트레이닝복 스타일의 의류; 쥬시꾸뛰르 고유상품명)가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 차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노자영 쥬시꾸뛰르 브랜드 매니저는 "집에서는 물론 밖에서도 편하고 멋있게 입으려는 고객들이 '트랙수트' 를 많이 찾고 있다"며 " 주문 물량도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Network : 문화센터, 동호회에서 정보교류

불황일수록 사람들은 새로운 소식과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마련이다.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뒤쳐지지 않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움직임은 백화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대백화점의 봄 학기 문화센터 수강고객 수는 전년 봄학기 대비해 14.5% 늘었으며 그 중에서도 인문, 사회학이나 컴퓨터 등 실용교양강좌는 21.3% 늘었다.

고객들끼리 취미별로 모임을 갖는 현대백화점의 고객동호회는 2009년 4월 현재 285개로 총 5200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중 36개 동호회는 2009년 새롭게 창설되었으며 전체 회원 수도 2008년 대비해 17%나 증가했다.

고객동호회의 활동영역도 다변화되었다. 등산, 재테크, 봉사 등 일반적인 동호회 활동영역을 넘어 최근에는 일본어학습, 중국문화체험, 환경캠페인 등의 분야로도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Good father : '어부바 아빠'늘고, 요리하는 '쿡남' 늘고~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요리, 육아를 챙기는 아빠들도 늘고 있다. 백화점에선 요리강좌를 듣고 직접 장을 보는 '쿡남'들이 늘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봄학기의 경우 <샌드위치 만들기>, <밥,국,찌개 만들기>,<가정식 이탈리아 요리> 등 주말 요리강좌별로 4∼5명의 남성고객들이 수강하고 있다. 강좌당 정원이 15명∼20명인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비중이다.

연령대는 32세∼49세까지로 대부분 기혼 고객들이다. 2∼3년 전부터 남성회원이 간헐적으로 등록을 했지만 매학기 등록율이 높아지면서 남성용 강좌도 늘려 개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 여름학기에도 <꽃보다 쿠킹>,<요리하는 사랑스런 남자>등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요리 강좌를 개설했다. (접수는 5/1부터 각 점포 문화센터별로 진행) 강의는 불고기떡잡채, 샌드위치, 해물스파게티, 치킨샐러드, 궁중떡볶이 등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 중심으로 이뤄진다.

식품매장에서 장을 보는 남성 고객 비중도 늘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경우, 올들어 지난 29일까지 슈퍼매장에서 남성고객 본인명의 카드(가족카드가 아닌 본인 소지 카드) 매출비중은 11.7%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남성 본인명의 카드 비중은 9.5%였다.

백화점 유아용품 편집매장에서 직접 아기용품을 구입하는 남성고객도 늘었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유아용품 편집매장 '디아스 베이비'의 경우 남성고객 본인명의 카드 매출 비중은 지난해 8월∼12월까지 전체 매출에서 25%를 차지했지만 올들어 지난 29일까지 집계한 결과 비중이 31%까지 높아졌다.

현대백화점 권순만 유아용품 바이어는 " 아기띠의 경우 아빠 들의 사용 빈도도 높기때문에 남성들이 직접 찾아와 구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co friendly : 친환경/유기농 제품 인기

현대백화점 친환경 농산물 전문매장인 ‘친환경 산들내음’의 매출은 올들어 지난 29일까지 18.3% 증가했다. 지난해 멜라민 파동에 이어 석면파우더 사태가 발생하면서 유해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특히 먹거리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친환경 유기농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

현대백화점은 유아용품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문화센터 여름학기 강좌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직접 유아용품을 제작하는 ‘유아용품 DIY’ 강좌를 선보였다. 주요 강좌로는 유기농과 친환경 원단으로 만드는 <우리아가 출산용품 만들기>, 친환경 원단으로 만드는 <미니니키 인형 만들기>, <신생아를 위한 발도로프 인형만들기>, 천연원목과 무동성 물감을 이용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우드소품>, <천연비누와 화장품 만들기>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 정지영 마케팅 팀장은 “신 오렌지족의 최대 가치는 바로 '가족'이다. 불황에는 'O·R·A·N·G·E'족 방식의 소비패턴이 부각된다는 점에 착안해 가정의 달인 5월에 가족과 함께 방문한 고객들에게 추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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