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세계적 창궐 임박" 찬 WHO사무총장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2009.04.3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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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첫 사망자 발생, WHO 경보 격상..돼지 도살위기 고조

돼지인플루엔자(SI)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속도와 위력이 가히 '쓰나미' 수준이다.

국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애쓰던 각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도 뒤늦게 경계태세를 강화하며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SI는 '질병 쓰나미'? WHO 경보 '5단계'=이번 주 초 SI가 멕시코를 지나 북미지역으로 퍼지기 시작할 무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독감 확산이 우려스럽지만 위급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직접 국민들의 불안 잠재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불과 이틀 사이에 미국에서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독감 확산이 위급한 수준임을 확인시켜줬다.

미 질병예방통제센터(CDC)와 휴스턴 보건 당국은 29일(현지시간) 생후 23개월 된 유아가 SI 감염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멕시코 국적의 이 유아는 치료 목적으로 휴스턴을 방문했으나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SI가 처음 발생한 멕시코 이외 지역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DC의 리처드 베서 박사는 N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앞으로 보다 심각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사망자 발생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에서 감염자수가 1700명으로 늘어날 것이란 최악의 전망도 나왔다.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학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4주 내 미 전역의 SI 감염자가 1700명을 넘어서는 시나리오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는 인간간 SI 2차 전염 발생이 확인됐다. 또 그동안 안전지대로 여겨져 온 아프리카의 남아공에서도 첫 의심 감염자가 나오면서 SI는 6대주 전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WHO(세계보건기구)도 SI 전염병 경보를 '4단계'에서 '5단계'로 격상시키며 경보 수준을 높였다.



전염병 경보 '5단계'는 사람 대 사람의 전염이 국경을 넘어 일어나는 초기 단계에 놓여 있다는 의미이다. 최고 단계인 '6단계'는 전염병이 국가를 초월해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상황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WHO는 지난 27일 전염병 위험이 상당히 증가했음을 뜻하는 '4단계'로 경보수준을 높인데 이어 이틀만인 29일 다시 경보 수준을 상향했다.

마가렛 찬 WHO 사무총장은 "SI의 세계적 창궐(pandemic)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돼지'수난시대'..도살위기 고조=공포가 커지면서 때 아닌 돼지들은 '수난'이 계속되고 있다.

아직까지 돼지에서 SI 바이러스가 확인되지 않았고, 돼지에서 인체로 감염됐다는 증거가 나오지도 않았지만 당초 '돼지독감'이란 표현이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면서 돼지를 기피하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 이후 돼지고기 소비가 크게 줄면서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각국 증시에서 돈육주도 연일 폭락세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돼지에 대한 도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집트 정부는 SI를 예방하기 위해 자국 돼지 30만 마리를 모두 도살하기로 결정했다. 돼지에 대한 도살 처분 결정은 세계 최초이다.

이집트는 돼지를 불결하게 여기고 돼지고기 섭취도 하지 않는 무슬림이 인구의 90%에 이르며 돼지가 식용으로 길러지는 곳은 나머지 10%인 기독교인 거주지역이다.

이밖에 인접 요르단도 이날 공공위생법 위반을 이유로 돼지 사육농장 다섯 곳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등 상당 수 이슬람 국가는 종교적 이유로 돼지 사육을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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