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떨치고 '급락쇼', 5월 환율은?

머니투데이 도병욱 기자 2009.04.3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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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원 하락한 1282원… "1250원 아래선 당국 개입 전망"

원/달러 환율이 30일 하루 만에 58.7원 하락하며 1282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올해 들어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동시에 연중 최저치도 달성했다.

거래량도 올해 들어 가장 많았다.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를 합친 현물거래량은 약 81억달러였다.



전날까지 1300원대 중반에 묶여있었지만, 하루 만에 급락세로 전환한 모양새다. 지난달 20일(1411.5원) 이후 환율은 1달 넘게 1300원대에 머물렀고, 이달에는 5일(30일 포함)을 제외하고는 1320~1350원 범위로 장을 마감했다.

◇묶여있던 매도 심리, 불안 해소에 쏟아져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그 동안 박스권에 갇혀있던 달러 매도 심리가 불안감 해소에 힘입어 일제히 쏟아진 결과로 해석했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코스피 지수가 강하게 상승하자 매수 포지션을 강제로 청산하는 롱스탑성 물량이 쏟아졌다"며 "돼지 인플루엔자(SI) 및 GM대우 선물환 관련 리스크가 부분적으로나마 해소된 것이 주효했다"고 전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지난 3월 이후 6주간 경기 전망이 개선됐다고 평가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에 4월 들어 희석됐던 낙관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고, 이는 환율 하락세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외환시장을 둘러싸고 있던 여러 우려가 사라져 그 동안 묶여 있던 달러가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며 "최근 은행권의 외화차입이 수월해진 것도 심리적으로 하락에 힘을 실어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추가하락 불가피… 당국 개입?
이제 시장의 관심은 1200원대 안착 여부로 쏠렸다. 이진우 NH투자선물 부장은 "일단 1250원선까지 내려가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4월과 달리 5월에는 변동성이 큰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환율을 지탱했던 지지선이 깨진 만큼,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환율 추가 하락 여부는 외환당국의 개입 여부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 외에도 "환율이 1250원 아래로 내려가면 외환당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장 참가자들의 전망이 이어졌다. 실제로 대내외적인 위험요인이 남아 있고 원화가치도 안정됐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환율 수준 자체보다는 급락 등 변동성 확대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변동성이 큰 것 자체가 외환시장에 불안요인일 수 있다는 것.

금융시장 안정이 확산되며 환율이 하락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국내적으로는 고민도 내재돼 있다. 경기 바닥론의 주된 근거가 됐던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훼손이 환율 하락의 대표적인 부정적 효과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국내 수출업체들은 세계적인 수요 침체에도 고환율 덕분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매출실적을 유지해왔다. 외환 시장 안정의 지렛대 역할을 하는 경상수지 흑자도 무역 등 상품수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3월 경상수지 흑자액은 66억5000만 달러, 2월은 35억6000만 달러로 상품수지의 흑자(2월 31억1000만 달러, 3월 69억8000만 달러)와 궤를 같이 한다.



대표적인 수출기업인 현대차와 LG전자, 삼성전자 등은 “현재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원화 강세를 업은 강력한 마케팅과 엔고로 인한 반사이익 때문”이라며 환율 급락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밖에 환율이 1400 ~ 1500원대까지 치솟으면 수입업체, 내수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고 물가상승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예측 기관마다 다르지만 1250~1400원 정도를 적정 수준으로 보는 견해가 대세다. 삼성증권은 "1250~1350원 정도가 수출업체와 내수기업의 이득과 고통이 비슷해지는 수준일 것"이라면서도 "환율 수준뿐만 아니라 하락 속도도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다. IBK투자증권은 1400원대가 오히려 낫다는 입장이고 삼성경제연구소는 1200 ~1300원이 적정선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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