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경상흑자 불구 환율 '무덤덤' 왜?

더벨 이승우 기자 2009.04.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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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선박수출 '착시효과'..정부 달러 매수설도

이 기사는 04월29일(14:2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국제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원 환율 추가 하락이 제한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인 66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전체 흑자규모는 85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외국인 자금유출로 자본수지는 여전히 적자지만 그 규모는 21억7560억달러(3월)로 경상수지 흑자규모를 크게 밑돈다. 1분기 전체로는 1310만달러로 적자폭이 미미하다.



하지만 달러/원 환율 하락 정도는 국제수지 흑자 규모에 걸맞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3월 한때 1570원까지 치솟은 이후 최근 1300원대로 200원 가까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리먼 사태와 국내 외화유동성 우려가 불거졌던 지난해 말 환율 수준으로 복귀한 정도다.



속 빈 경상수지 흑자 '착시효과'


경상흑자를 찬찬히 뜯어보면 환율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점이 발견된다. 조선사 환헤지 전략의 특성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만큼 실제 달러가 들어오지 않는 착시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66억5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중 선박수출이 58억달러 정도 된다. 선박수입은 1억달러 미만으로 선박수지가 전체 흑자의 80%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하지만 선박 수주와 이에 이은 많은 양의 달러 유입은 지난 2~3년간에 걸쳐 이미 이뤄졌던 일이다.

조선회사는 선박 수주와 동시에 2~3년간에 나눠 미리 달러를 팔아(선물환 매도)놓는다. 선박은 인도 시점에 경상수지에 잡히고 되고 이때는 수주금액만큼 달러가 들어오지 않게 된다.

즉 3년 전에 수주한 선박이 선박 인도시점인 올해 3월 경상수지에 고스란히 반영되지만 실제 달러는 지난 3년 혹은 그보다 더 짧은 기간에 몇 차례에 나눠 미리 받아놓은 것이다. 인도 시점에 받는 달러는 수주금액, 즉 경상수지에 반영되는 달러의 20% 정도에 그친다.



물론 수주와 인도 시점 사이 또 다른 선박 수주가 있을 경우 경상수지 착시효과는 반감된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선박수주가 급감, 올해는 1건(삼성중공업 8.6억불) 수주에 그치고 있어 경상수지 착시효과를 완전히 상쇄하기 힘들다. 이제는 경상수지에 잡히기 전 미리 들어오는 달러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자본수지도 환율엔 '글쎄'.."외화차입 환율 영향 크지 않아"

자본수지는 적자로 ,환율 상승 요인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직접 투자와 채권 투자에서 순유출을 기록한 결과다.



하지만 대외 자본 이동의 성격이 자본수지 적자 폭 이상으로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간접)이나 직접 투자를 할 경우에는 환전 시장을 거치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나 국내 기업의 해외 채권 발행을 통한 달러 유입은 환전시장을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 외평채로 30억달러,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이 각각 20억달러씩, 포스코 7억달러,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이 10억달러씩 등 올 상반기 공모 외화 차입만 100억달러 가까이 된다.

그러나 이렇게 차입한 달러는 원화 용도가 아닌 이상 외환시장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다. 원화 용도일지라도 스왑시장에서 대부분 대차 거래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전시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다.



정부 외평채는 외평기금에 고스란히 저장돼 외화 그 자체로 사용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역시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수출입금융 혹은 국내 시중은행들에게 외화 그대로 지원한다. 이를 받은 은행들도 환전하지 않고 외화 자체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다. 포스코 역시도 7억달러에 대한 환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와 국내 기업들의 외화 차입은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심리적인 환율 하락 요인일 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가 환전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외화 차입은 그렇지 않아 실제로는 자본수지 적자 이상의 환율 상승 압력을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외국계 은행 딜러는 "외환시장과 외화자금시장은 분명 다르다"며 "외화 차입으로 들어온 달러는 대부분 자금시장에 영향을 줄 뿐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정부 달러 매수설 '솔솔'

일부에서는 정부가 암암리에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기업 수출 경쟁력 제고로 인한 경상수지 흑자 등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정부가 추가 하락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0일, 환율이 1200원대로 급하게 내려갔을 때 1200원대 호가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저가가 1300원으로 기록됐던 적이 있다. 이를 두고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정부의 움직임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화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달러 매수를 통해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일석이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계 은행 한 딜러는 "환율 상승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환율 하락 요인이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잘 안 내려간다"면서 "정부의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GM대우 선물환 문제와 선박 수주 취소 가능성 등 환율 상승 요인이 여전히 잠재해 있다"며 "최근 역외 중심으로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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