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형 부자, 기부에 적극적"

이경숙,황국상 기자 2009.05.0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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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 10억~500억 원 자산가 68명 심층조사

1984년 5000만 원으로 제조업을 시작했던 임선종(가명, 75세) 씨는 최근 '10억 부자'가 아니라 '10억 기부자'가 됐다. 1995년부터 국내외 대학, 재단에 기부한 금액이 모두 합해 10억 원이 넘은 것이다. 최근엔 모 대학 도서관에 3억 원을 출연했다.

"고생해서 성공하고 돌아보니 사업이란 게 능력만으로 잘 되는 게 아니었어요. 운도 따라야 하고 가족,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야 성공할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축적한 부를 일부라도 사회와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자식에겐 자산 일부만 상속해줄 계획이다. 그는 "자식들이 돈을 쉽게 받으면 쉽게 쓸까봐 걱정된다"며 "셋방 살다 쫓겨나고 부모님이 빚에 몰려 돌아가셨던 경험 때문에 강력한 동기가 생겨 내가 이만큼 돈을 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수성가한 부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기부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30일 아름다운재단 주최로 열린 '부유층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연구결과 발표세미나'에서 이민영 한국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 자산가 조사결과, 갑작스럽게 부자가 된 로또형 부유층보다는 어렵게 노력해서 축적한 자수성가형 부유층일수록 기부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밝혔다.

현금 10억 원 이상 500억 원 미만을 보유한 자산가 68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 중순까지 진행된 이 조사에서 자산가 95.5%는 '2006년~2008년 사이에 기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 자산가는 2008년에 113억 원, 또 다른 자산가는 2006년 55억 원을 기부했다고 답했다. 이들을 제외하고 다른 자산가들은 연 평균 600만 원을 기부했다.


이들 중 87.1%는 사업·월급·투자 등 자신의 노력으로 부를 축적한 '자수성가형 부자'였다.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이들은 11%에 그쳤다.

기부경험이 있는 이들 중 98.5%는 '지속적으로 기부하겠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9%는 사망 후 유산을 기부할 뜻도 내비쳤다.



조사대상자들이 보유한 재산은 '20억~50억원'이 37.9%(22명)으로 가장 많았고 '10억~20억원'이 25.9%(15명), '50억~100억 원'이 17.2%(10명)이었다.

이 교수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가난과 어려움을 직접 몸으로 겪었던 부자들은 '이제 이룰 만큼 이뤘으니 죽기 전에 남에게 당연히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철 하나은행 웰스매니저 팀장은 "소기업을 큰 규모 회사로 성장시켜 부를 형성한 자수성가형 부자들은 삶의 고단함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가지고 기부 또는 사회환원에 긍정적 마인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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