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안녕하십니까?' 불황에 퇴직연금은 '필수'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09.04.30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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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빛나는 퇴직연금]내년50조원 성장전망.. 가입전 퇴직금 중간정산 피해야

사례
# 얼마 전 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실업자가 된 K씨. 그는 퇴직금만 생각하면 답답하고, 분통이 터진다. 회사를 위해 8년간 열심히 일을 했지만 부도가 나자 퇴직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K씨가 다니던 회사는 임직원의 퇴직금을 장부상에만 기재하는 사내적립 방식의 법정퇴직금 제도를 사용하고 있었다.

# 자금악화로 회사가 부도위기에 놓인 P씨. 그는 직장이 사라질까 걱정이지만 안전하게 운용되고 있는 퇴직금을 생각하면 그나마 마음이 든든하다. P씨가 10년간 다니고 있는 이 회사는 지난 2006년 초 사외적립 방식의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P씨의 10년 치 퇴직금은 고스란히 은행 예금과 채권 등에 투자돼 있는 상태다.



불황기 더 빛나는 퇴직연금
경기 불황으로 퇴직연금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기업들의 부도와 자금난이 잇따르면서 퇴직이후 생계를 지탱해줄 ‘퇴직금’이 흔들리고 있는 탓이다.

실제 노동부에 따르면 기업의 부도나 자금난으로 지급되지 못하고 있는 체불임금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해 9월부터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말까지 새로 발생한 체불임금은 4만2166명, 171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근로자 수는 69.4%, 체불액은 71.2%나 증가했다.
'퇴직금 안녕하십니까?' 불황에 퇴직연금은 '필수'


퇴직연금은 기존 법정퇴직금 제도와 달리 퇴직금의 사외적립이 의무화돼있어 최악의 경우에도 퇴직금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또 개인의 선택에 따라 퇴직금을 주식, 채권 등에 운용해 ‘퇴직금+알파’를 손에 쥘 수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퇴직연금은 이로운 점이 많다. 기업들이 법정퇴직금 제도를 이용할 경우 사내적립금의 35%만 손비로 인정받지만 퇴직연금을 도입할 경우 사내 및 사외적립금의 100%를 손비로 처리할 수 있다. 세제혜택보다 더 큰 장점은 임직원들의 근로의욕과 사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임직원들이 퇴직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어 업무효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민주연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 불황으로 근로자들의 퇴직 걱정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며 “불황 속에서도 퇴직연금을 도입한 기업들의 경우 그렇지 못한 기업들보다 직원들의 사기가 높다”고 전했다.

내년 50조 성장 전망
퇴직연금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이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지난 3월 말 현재 퇴직연금에 가입한 기업은 5만3345개소로 전년동기대비(3만4247개소) 56% 가량 증가했다. 가입 근로자 수는 61만명에서 120만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해 9월말 이후에도 퇴직연금 가입 기업은 9350개소, 가입자 수는 38만명 가량 늘었다.


퇴직연금 가입 기업과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시장규모(퇴직연금 적립액)도 배로 커졌다. 실제 지난해 3월말 3.2조원 수준이었던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 3월 현재 7.2조원으로 125%나 급증했다.

퇴직연금의 시장규모는 지난 2005년 12월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매년 2배 가량 성장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그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2010년 이후에는 퇴직보험과 신탁이 사라지는데다 사내적립금의 손비인정 한도도 축소되기 때문이다. 또 2011년 본격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기업들은 내년까지 퇴직연금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퇴직금 안녕하십니까?' 불황에 퇴직연금은 '필수'
업계관계자는 “최근에는 LG전자 등 퇴직연금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대기업들도 속속 퇴직연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퇴직연금을 도입할 경우 내년 시장규모는 50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황엔 DC형이 유리
퇴직연금에는 기업이 적립금을 운용해 퇴직시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확정급여(DB)형과 기업이 매년 한달 치 급여만큼 지급하는 퇴직금을 임직원들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 등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임직원들은 DB형과 DC형중 선택이 가능하며, 중도 전환도 할 수 있다.

DB형과 DC형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유불리를 단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되는 상황에서는 DC형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퇴직시 월평균 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받는 DB형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임금이 동결 또는 삭감될 경우 향후 받을 퇴직금도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DC형은 개인이 원리금이 보장되는 정기예금부터 실적배당형 펀드까지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임금감소분을 만회하고 그 이상의 수익도 추구할 수 있다.



다만, DC형은 운용 결과에 따라선 퇴직금 수령액이 감소할 위험도 있는 만큼 선택 가능한 상품들의 특성을 잘 파악한 뒤 본인의 재무 상태와 은퇴 계획에 맞게 투자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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