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돼지에 빠졌다'고 할만큼 돼지 인플루엔자는 이미 전세계 경제에 태클을 걸기 시작했다. 증시는 하락하고 달러화는 강세, 유가는 약세를 보였다. 뉴욕 증시는 27일(현지시간) 제너럴모터스(GM)의 새 자구책 발표와 휴마나, 퀄컴 등 실적 호재가 겹쳤지만 돼지의 위력에 하락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서 달러는 엔을 제외하고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보였다.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제 위축 우려로 1주일만에 처음 하락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제히 돼지 인플루엔자의 영향력을 분석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시황에 미치는 영향부터 수혜주와 피해주를 골라내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좀 더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조기에 수습되지 못하고 장기화된다면 증시의 균형을 깨드릴 수 있다는 점에서 증시가 불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정균 SK증권 연구원은 "돼지 인플루엔자가 멕시코, 미국 등 소비 중심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소비 위축이 우려되고 이로 인한 경기 충격이 어느 정도 확인될 때까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다만 그 영향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과거 사스(SARS)나 조류독감 때의 경우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 '시한이 정해진 악재'라는 해석이다.
안정균 연구원은 "2003년 사스(SARS)에 대한 학습효과로 인해 주식, 원자재 등 위험자산의 급락 가능성은 낮다"며 "사스 발생 당시 전 세계적으로 8000여명이 감염되고 800여명의 사망자를 기록하면서 세계 경제의 위축이 우려됐지만 단기적인 악재에 그치면서 빠르게 경기가 회복하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이제 겨우 금융위기가 완화되고 글로벌 경제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시장 외적인 요인인 돼지 인플루엔자가 글로벌 증시와 경제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이번 사태가 통제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확대돼 국내외 주식시장과 글로벌 경제를 다시 어려운 국면으로 내몰아 갈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시장의 측면에서 증시가 더 탄력적으로 움직이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이 기회에 쉬어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며 "증시에 상승 포텐셜을 남겨 둔다는 측면에서도 부정 일변도로 해석할 사안은 아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