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수수료 상한제, 소비자 영향 등 고려 추진"

정리=반준환 오수현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2009.04.2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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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40년…오해와 진실]<5·끝>

가맹점 수수료율 결제금액 따라 차등화
상한제 대상 적절히 가려내는 게 급선무


국내 첫 신용카드가 선보인 지 40년을 맞았다.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카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고 소비문화도 놀랄 만큼 성숙했다. 2002년 말 시작된 신용위기는 소비자와 카드사 모두의 체질을 강화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논의되는 가맹점수수료 상한제는 카드사뿐 아니라 소비자, 가맹점 등 모든 경제주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의 수익이 감소하면 고객들이 누리는 할인, 무이자할부, 포인트적립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자칫 소비문화가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대형·중소형 가맹점간 불합리한 수수료 격차를 해소하고 카드사들의 과도한 마케팅비용을 슬림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함께 나온다. 금융당국 및 가맹점, 카드업계, 소비자단체 등에서 각각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전문가 대담을 통해 문제점과 대안을 진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참석자>
-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이하 김 국장)
-이강세 여신금융협회 상무(이하 이 상무)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하 정 위원)
-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이하 서 팀장)
-사회: 정희경 머니투데이 부국장 대우 겸 금융부장

-대형 가맹점과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 차이에 대한 이견이 많은데.

이강세 여신금융협회 상무이강세 여신금융협회 상무


▶이 상무=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1.5%가량이고 중소 가맹점은 최대 3.3% 정도다. 매출규모가 크고 결제업무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대형 가맹점은 단위당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대형 가맹점들은 포인트적립, 무이자할부, 할인 등 카드사 제휴마케팅 비용 일부를 부담하기도 한다. 중소 가맹점에서 결제된 카드대금은 연체율이 높다. 이런 시스템 차이를 봐야 한다. 중소 가맹점에서는 차별받는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김 국장=가맹점 수수료율은 프로세싱, 조달, 대손, 판매관리 비용 등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현재 가맹점간 수수료율 격차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카드사 조달비용에 가맹점이 미치는 영향이 적고, 대손관리책임도 카드사에 있다는 점에서다. 가맹점간 수수료 차이는 최대 1.8%포인트인데 과연 적정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김광수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
▶정 위원=매출규모보다 결제금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화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 예컨대 편의점에서 1000원을 결제하면 수수료율이 3%고 1만원은 2%라면 납득할 수 있다. 결제금액이 적은 만큼 프로세싱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가맹점 수수료율은 결제금액과 관계없이 일률적이라는 게 문제다.

▶이 상무=대손발생에 따른 비용증가 책임이 카드사에만 있다는 주장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카드결제 활성화 이전 가맹점들은 외상매출 및 대손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이제는 이를 카드사들이 해결하는 덕에 신용거래를 편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의 검토도 중요하다.
-가맹점수수료 상한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중소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입장이나 카드사들은 시장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우려한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정찬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정 위원=카드사들은 정부 권유에 따라 지속적으로 가맹점수수료를 낮춰온 게 사실이다. 실질 수수료도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가맹점간 격차가 아직 존재하고 이를 해소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카드사들이 수수료 상한제 등으로 입은 손실을 만회하도록 정책적인 배려를 해줄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이 상무=카드사들이 수수료율을 계속 인하하면서도 버틴 것은 카드매출액이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드매출은 포화상태에 달했고 연체율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수수료율은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돼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상한선을 정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

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서영경 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
▶서 팀장=상한제 적용대상을 매출규모가 아주 작은 중소가맹점으로 제한하면 카드사에도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다. 카드사들의 수익 감소, 시장왜곡,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 국장=여당과 금융위원회도 여신금융법 개정안의 수수료 상한제를 준비하면서 그런 부작용을 줄이는데 신경썼다. 수수료 상한제 대상인 월 카드결제 600만원 미만의 중소 가맹점은 전체의 70%지만 결제액은 6.8%에 불과하다. 많은 가맹점이 혜택을 보겠지만 카드사 수익에 미치는 악영향은 작을 것으로 본다.

▶이 상무=상한제가 적용되는 가맹점을 적절히 가려내야 한다. 그리고 신용판매부문에서도 카드사들이 수익을 내도록 지원해야 한다.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부문 수익으로 신용판매의 손실을 상쇄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2003년 카드대란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

중소가맹점 세제혜택 실질수수료 낮아
1만원 이하 결제거부 소비자불만 우려

-세제지원 덕에 중소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가 매우 낮아졌다고 한다. 수수료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데.

▶김 국장=세액공제 혜택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소·영세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은 알려진 것보다 0.7%포인트가량 낮은 게 사실이다. 올해는 부가가치세 환급률이 1.3%로 높아져 수수료 인하효과가 0.9%포인트로 더욱 커졌다. 또한 소득세 환급도 효과가 크다. 신용카드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지난 3년간 세수가 약 10조원 증가했다. 세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신용카드 가맹점에 세액공제를 실시하게 됐고 연간 7000억원가량이 중소가맹점에 환급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중소 가맹점들은 연말정산에서 환급효과를 받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카드수수료는 매월 지급하나 매년 연말 1차례 발생하는 세금환급은 눈여겨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 팀장=세제지원으로 자영업자들이 입는 혜택을 정확히 홍보해야 한다. 소비자가 받는 카드혜택은 가맹점 수수료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다. 세액공제로 인한 실질 수수료가 얼마인지 알려져야 소비자가격도 적정해질 것이다. 사실 자영업자들은 이 같은 혜택을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했다.

▶정 위원=중소 가맹점들이 상당한 혜택을 입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이를 생각하면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한 게 분명하다.
-수수료 상한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도 크다. 수익이 줄어든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를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 상무=가맹점 수수료가 감내하기 힘든 수준으로 낮아지면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축소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까지 분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카드사와 가맹점, 소비자의 부담을 각각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카드사들은 상한제와 관련해서 마케팅비용을 전면 재검토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서 팀장=카드서비스가 축소되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질 것이다. 그러나 추이는 두고볼 필요가 있다. 카드 부가혜택을 모든 카드 사용자가 누려온 게 아니라는 점에서다. 매년 소멸되는 미사용포인트도 적잖다. 또한 부가서비스는 고소득층이 사용하는 카드에 집중된 경우가 많아 부가서비스 축소 논란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이번 논란을 통해 그간 비대해진 카드마케팅이 슬림화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가맹점들이 1만원 이하 카드결제를 거부하는 조치도 수수료 상한제와 함께 도입된다고 한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심각한 수준인 듯한데.

▶김 국장=정책을 알리는 과정에서 다소 혼선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맹점이 소액결제에 대해 카드와 현금결제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코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기 위한 게 아니다. 가맹점들은 카드결제를 거부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소액결제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형벌을 가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니 이를 바로잡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소액결제 선택권이 생기면 중소 가맹점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수수료를 자연스럽게 낮출 수 있다. 커피전문점처럼 소액결제 비중이 높으나 카드사마케팅이 집중되는 곳을 생각해보자. 가맹점이 1만원 이하는 현금만 받겠다고 나서면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낮추는 등의 유인책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 예컨대 기본 수수료율은 2.5%이되 1만원 이하 소액은 1%로 더 낮추겠다고 제안할 수 있다. 이는 곧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만큼 긍정적인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서 팀장=동의할 수 없다. 전체 카드결제에서 소액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웃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맹점들이 1만원 이하는 카드를 받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불편이 즉각 발생할 것이다. 카드사들이 1만원 이하를 받도록 가맹점에 유인책을 제시할 것이라는 주장도 현실성이 없어 보인다. 예전처럼 가맹점이 소비자에게 "카드 대신 현금으로 달라"는 현상이 많아질 것이다. 요즘도 일부 전자양판점 등에서는 고가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의 카드결제를 거부하고 있다.

▶정 위원=소액결제 선택권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봐야 한다. 가맹점 입장에선 소액결제시 판매수익이 떨어져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카드사들도 부가가치통신망(VAN)업체에 지급하는 승인수수료 등을 부담스러워 했다. 카드결제 거부로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은 또다른 시각에서 봐야 한다. 다만 카드결제 의무가 없어지면 중소 가맹점의 협상력이 강화된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이 상무=카드사들은 이번 정책을 환영하지 않는다. 카드결제 거부를 당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카드사를 향할 수 있는 데다 카드수납의무 완화 범위가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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