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안 추진, 금융회사는 뒷전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2009.04.2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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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회서 한은총재·금감원장 일전

한국은행에 금융회사 조사권을 주는 한은법 개정안을 놓고 이성태 한은 총재와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이 일전에 나선다. 무대는 27일로 예정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 한은법 개정안이 부상한 후 이해기관의 수장들이 대면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참석한다.

◇재정위와 정무위 '대리전'= 한은 소관 상임위인 국회 재정위는 지난 21일 소위를 열어 한은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상정시켰다. 이러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속한 정무위가 "한은에 조사권을 주면 금융감독 기능이 현행 금감원과 한은으로 이원화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권한 확대를 꾀하는 한은과 이를 저지하려는 금융당국을 대신해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와 정무위가 맞붙고 있는 형국이다.



논란이 일자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4월 국회 이후 금융시스템 전반을 개편하는 문제를 논의할 TF를 정부와 함께 출범시키겠다"며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한나라당 소속 서병수 재정위원장은 "27일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관계 기관의 의견을 듣고 처리하겠다"며 윤 장관과 진 위원장, 이 총재와 김 원장을 한자리에 모았다.

일각에선 재정위가 한은을 제외하곤 금융회사 관할권을 모두 잃어 한은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예산·세제·금융을 다루던 재정위는 예산은 상당 부분 예결위에, 금융은 정무위에 힘을 뺏긴 처지다. 한은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회사들이 정무위 뿐 아니라 재정위의 '눈치'도 봐야 한다.



◇이성태와 김종창 '맞짱'= 무대만 놓고 보면 김 원장이 다소 불리해 보인다. 이 총재가 재정위 소속 의원들의 측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탓이다.

이 총재는 지난 23일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금감원과 공동으로 은행에 검사를 나간 적이 있는데, 금감원 직원이 한은에는 정보를 주지 말라고 해서 받지 못했던 적이 있다"며 공동조사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간 조용히 논의 과정을 지켜봤던 김 원장의 '역공'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통합감독기구를 운영하는 국가 중 중앙은행과 공동검사를 하는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후 리먼이나 AIG 관련 수시검사는 당일 이뤄졌다. 그런데도 공동검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 총재의 발언을 전혀 이해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정작 한은의 비협조로 당국이 낭패를 봤다고 강조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은이 외환전산망 자료 협조를 거부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현재 금감원은 자료 중 94%가 한은에 넘어가는 반면 한은은 60% 밖에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은 부총재가 금융위 위원으로 참석해 각종 금융감독 현안 자료를 모두 받아가는데 금감원은 금통위에서 현안 설명을 들을 기회조차 없다"고 덧붙였다.



윤 장관과 진 위원장도 김 원장에게 우군. 윤 장관은 최근 "중앙은행 제도를 고치는 것은 백년, 이백년 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이뤄진 후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 역시 "한은 설립목적에 금융안정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결국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현 시점에서 논의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감독 소비자는 뒷전= 현재 국회에서 한은법 개정안 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에 금융회사 직접 조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위원회법도 논의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은행 등은 한꺼번에 3개 기관에서 정보 수집을 요구받거나 검사를 받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국책은행들에게는 감사원과 국회 등의 시어머니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미국의 경우 은행이 2만여개 가까이 돼 4개 감독기관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지 않느냐"며 "한은법 개정안을 손대면 조직간 힘겨루기가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 경제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지 의문"이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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